[ 이현진 기자 ] 그동안 건설회사 간 담합은 건설사의 부정(不正)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담합 자체가 잘못이긴 하지만 정부가 이를 유도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담합 부작용 막기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업계 자정활동에 더해 과징금을 일괄적으로 부과하고 입찰 제한을 풀어주는 ‘그랜드 바겐(일괄 처리)’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협의해 올해부터 ‘1사1공구제’를 없애기로 했다. 1사1공구제는 1개 공사를 여러 공구로 나눈 뒤 기업당 1개 공구만 수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특정 회사에 일감이 몰리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이지만, 경쟁을 제한해 담합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가격 담합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은 최저가낙찰제 대안으로 건설회사의 수행능력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좀 더 적극적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국은 발주기관별로 입찰 참가를 금지하고, 유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그랜드바겐 제도로 담합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2009년 영국 공정거래청은 건설업계 입찰 담합을 일괄 조사해 119개 사업자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처리를 끝냈다.
미국은 입찰자격을 제한할 때 예외적으로 특정 부서·조직·물품 등으로 한정할 수 있다. 제재 처분을 받은 업체라도 부득이한 경우 제재 기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등 재량의 여지가 많다. 캐나다는 다양한 제재 수단을 마련했다. 입찰참가 자격 제한, 계약 보증금 부과 등을 사안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선진국의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 관계자는 “불공정거래행위, 입찰담합 등은 이미 형법, 공정거래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다른 법률로 처벌하고 있다”며 “추가로 공공입찰 참가를 금지하는 것은 중복 처벌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실 사업자에 한해 유예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국건설경영협회 관계자는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은 건설사에 대한 사실상의 영업정지”라며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받은 일이 없는 성실사업자는 제재 처분의 집행을 유예하는 운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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