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기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하고 싶은 사람' 아닌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선임돼야

입력 2015-02-03 11:15  

<p>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가 임박해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자리가 선망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윤수 관장 이래 제대로 임기를 마친 관장이 없었던 건 미술계의 불운이자 불행이었다. 전임 정형민 관장의 경우도 참 유감스러운 일이다. 때맞추어 수십 명의 인사가 저마다 차기 관장으로서 적임임을 주장하며 응모를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p>

<p>미술관, 미술 시장, 미술 교육계 등 미술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어려움과 난맥상이 심화한 이 시기에 과연 누가 미술계의 혁신과 재도약을 이루는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p>

<p>무엇보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 관계자'면 누구나 해볼 만하다는 인식이 오늘날까지 만연한 것 같다. 그 직책의 적임자는 국내외 현대미술에 대한 식견과 동서양의 전통미술과, 다매체, 디자인, 건축, 영상, 애니메이션, 게임 등 유관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또?가용 자원을 결집해 최고의 아웃풋을 내도록 미술관 경영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자질이 있어야 할 것이다.</p>

<p>그러나 아직도 많은 공립미술관의 관장을 작가나 교수가 맡는 관행은 참 이상한 일이며 타기 되어야 할 현상이다. 게다가 미술관의 맏형 격인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장임에랴! 대형 미술관의 경영과 행정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이론가나 평론가, 그리고 미술 시장, 비엔날레, 대안공간 등 여타 미술제도권의 경력을 근간으로 한 인사 등도 막중한 시기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을 맡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을 자인해야 하지 않겠는가?</p>

<p>'맡겨주면 잘한다!'라는 저돌적 자세만으로 미술관이 당면한 많은 과제를 디테일까지 제대로 챙기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문화 향수의 대안을 누리는 대중들을 미술관으로 발길 돌리는 것이 과연 쉽겠는가? 그에 대해 철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난 세기부터 세계적으로 축적되어 온 치열한 연구와 성찰과 시행착오의 데이터베이스에 얼마나 진지하고 철저하게 자신을 접맥시켰는지 수많은 관장 지망자들은 고민해보기 바란다.</p>

<p>그리고 기관을 새롭게 정립시킬 비전과 리더쉽을 갖추었는가? 만난을 무릅쓰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확실하게 마련할 수 있는가? 앞으로 자원의 확대와 제도의 개편을 통해 이룩할 개혁과 성장 등 청사진을 가지고 있는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관장 지망자들은 냉정하게 자문자답해보기 바란다. 미술인들은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정책과 비전으로 경합을 벌여 모든 이가 수긍할 수 있는 적임자가 선임되는 공채 과정을 원한다.</p>

<p>한남대학교 겸임교수 강종권
자하미술관 관장</p>



한경닷컴 정책뉴스팀 강종권 | tiesi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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