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에서 치고 나가는 힘은 떨어져
[ 김근희 기자 ] 현대자동차의 중형 'i40'가 설욕에 나섰다. 국내 시장에서 맥을 못 췄던 i40가 달라져 돌아왔다. 얼굴을 대담하게 뜯어고치고 효율성이 뛰어난 7단 더블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달았다. 모델 변경으로 소비자 호응을 얻어낼지 궁금했다. 지난 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더뉴 i40'를 만나봤다.
i40는 현대차가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든 PYL(프리미엄 유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대표 모델이다. 현대차가 공들여 내놓은 모델이지만 시장 반응은 저조했다. PYL 삼형제인 i30, 벨로스터 역시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었다.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현대차는 i40를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 현대차는 패밀리 룩(디자인 통일화) 완성을 위해 현대차의 디자인 개성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적용했다. 전면에 싱글 프레임 헥사고날(6각형) 그릴을 달았다. 하나로 연결된 큰 그릴 때문인지 이전 모델보다 시원시원해 보였다. 다섯 개의 꽃잎처럼 보이는 새로운 알로이 휠도 i40와 잘 어울렸다.
심장도 바뀌었다. 유로6 기준을 충족한 새로운 1.7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7단 DCT와 더해져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힘을 낸다. 현대차가 무엇보다 공을 들인 것은 7단 DCT다. 수동 변속기의 연비 효율과 자동변속기의 편의성을 합친 DCT 덕분에 i40의 복합연비는 16.7km/ℓ로 기존 대비 10.6% 향상됐다.
성능을 체험해 보기 위해 워커힐에서 강원도 춘천시 로드힐스CC를 돌아오는 왕복 136km 구간을 달려봤다. 시승한 차량은 4도어 세단. 가격은 2875만원(디스펙 트림)이다.
액셀을 밟자 시속 100km까지 거침없이 올라갔다. 더 속도를 올리자 엔진회전수(rpm)가 4000까지 치솟다가 반대로 꺾였다.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럽게 가속이 붙었다.
앞 차와의 거리를 늘리기 위해 액셀에서 발을 떼고 단수를 내리자 차의 속도가 떨어지면서 차의 소리가 달라졌다. '부우웅'하며 낮은 소리가 났다. 다시 4단에서 속도를 120km까지 올리자 계기판의 rpm이 4000~5000까지 올라갔다.
7단에서 140km까지 밟았을 때 rpm은 2600을 가리켰다. 승차감은 부드러웠지만 차가 치고 나간다는 느낌은 떨어졌다. 힘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체가 단단해 고속 주행에서도 차가 흔들리지 않았다. 춘천 로드힐스CC를 들어서면서 꼬불꼬불한 언덕이 나오자 자동으로 기어 단수가 3단으로 낮아졌다. rpm은 3200을 기록했다.
춘천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고속도로 연비인 17.9km/ℓ를 맞추려 연비주행을 했다. 실주행 연비가 20km/ℓ가 나와 연비를 떨어뜨리면서 운전을 해야 했다. 직접 운전대를 잡은 선배 기자는 "연비를 떨어뜨리면서 가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워커힐에 도착한 뒤 계기판의 최종 연비는 17.5km/ℓ를 나타냈다. 7단 DCT로 연비를 끌어올렸다는 현대차의 상품 소개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새롭게 돌아온 i40는 이전보다는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다. 주행 성능도 연비도 향상됐다. 올해는 경쟁차로 꼽은 폭스바겐 파사트와 한국GM 말리부를 잡고 지난날의 굴욕을 털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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