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내는 기업 급증, 어음부도율 최악…외환위기 데자뷰?

입력 2015-02-05 09:35  

영업수익으로 은행에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1997년에 발생했던 외환위기와 유사한 기업 대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상장기업 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상장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치(-3.2%)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작년 3분기 세전 순이익률도 2009년 1분기(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0%다.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따라 이자보상비율은 2013년 3분기 477.6%에서 지난해 3분기 389.4%로 하락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얼마만큼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금융비용의 4.8배였다가 1년 만에 3.9배로 낮아진 것이다.

영업수익으로 이자를 감당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은 전체의 29.5%에서 30.5%로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하이면서 부채비율은 200% 이상인 '쌍둥이 부실 기업'은 2010년 상장기업의 6.2%(93개사)에서 2013년에는 10.1%(177개사)로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기업의 어음 부도율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작년 어음 교환액(3천178조2천505억원) 가운데 부도액은 6조232억원으로, 연평균 부도율이 0.19%(전자결제 조정 전)에 이르렀다.

어음 부도율은 1996년 0.17%에서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 0.52%로 치솟은 뒤 2001년까지 고공행진을 하다가 2002년에 0.11%로 하락했다.

어음 부도율은 어음 사용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과거보다 상징적인 의미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기업의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국내 금리의 인상이 현실화하면 금리 부담으로 재무 여건이 어려워지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수익성이 30% 하락하고 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우리 기업 10곳 중 3곳이 위험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보다 위험 수준이 더 높아진 것으로, 국내 기업들의 체질이 그만큼 더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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