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김영란법 적용대상 민간영역으로 확대 해야하나요

입력 2015-02-06 18:14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12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김영란법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의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과잉입법, 위헌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적용 대상을 당초 취지대로 공직자에 국한해야 하는지, 언론인 사립교원 등까지 포함시켜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당초 법 적용 대상이 ▲국회와 법원 ▲정부와 정부 출자 공공기관 ▲공공 유관단체 ▲국공립학교 임직원에서 모든 언론기관과 사립학교 유치원 종사자까지 포함되면서 최대 법 적용 인원이 1800만~2000만명에 달하게 된다는 점이다. 전국민의 30~40%에 해당하는 이들을 모두 법 적용 대상에 넣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형평성 문제 감안 공적기능 있다면 대상 확대해야”

국회 정무위원장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형평성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공립학교 교사는 금품 수수가 문제되는데 사립학교 교사는 문제가 안 되는 것도 문제다. 언론도 공적기능이 워낙 강하므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형평성을 더 우선적인 관점으로 반영했다”며 정무위 통과 배경을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초·재선 국회의원 모임 ‘더좋은미래’는 최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곡된 사실에 근거해 이 법을 후퇴시키려는 일련의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2월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가 정무위원회 원안대로 처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법 적용대상 확대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는 직접적 답변을 유보했지만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확대됐다는 사실만으로 과잉입법이고 위헌이라고 몰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정범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는 “직무의 공공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적용 범위와 관련해 내용이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명확하다는 것은 통상 일반인의 법 감정에 의할 경우 해당 법률의 입법 목적이나 내용 등이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정형화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런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규정하는 것은 입법 기술상으로도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적용범위가 너무 넓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일반 형벌법규의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김영란법보다 적용 범위가 훨씬 넓다”고 반박했다.

○ 반대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위헌 소지도 있어”

국회 법사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김영란법의 취지에도 어긋나고 지나치게 민간부문까지 제재, 엄청난 규제를 한다는 점에서 헌법상 법리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자체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도 “(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범위에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사 종사자까지 포함시켜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제한하게 돼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잉입법 논란을 염두에 둔 것이다. 보고서는 또 부정청탁 금지와 관련해선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위가 (범죄 행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헌법상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했지만 사회상규의 기준을 명확히 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공청회에서 “형법 및 특가법상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직원에게는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금품수수 처벌규정이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및 언론기관 직원에게 확대될 경우 형사처벌의 일관성과 균형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는 “법안의 취지는 공직자의 청렴성 증진과 공정한 직무수행 보장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공직자 및 공공기관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관을 포함시키는 것은 당초 입법 취지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관기 변호사는 “입법의 목적이 좋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공직자에 대한 불신을 핑계로 모든 시민이 서로 감시하는 전체주의 체제를 만들어낼까 두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 생각하기 “처벌대상을 법으로 정하기보다는 입법 기술상 문제”

김영란법이 처음 발의된 취지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공직자뿐 아니라 업무에 공공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교육자나 언론인도 부당한 금품수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김영란법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국민 그 누구도 부당하게 업무와 관련해 타인으로부터 돈을 받아서는 안되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민·형사상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이를 적발하고 처벌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민간인들도 직위를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면 배임수재죄로, 손해가 발생하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는다. 김영란법 대상을 민간인까지 확대하지 않는다고 민간인들이 관련 범죄에서 면책되는 건 결코 아니다. 결국 이는 입법 기술상 문제이지 누구는 부정한 돈을 받아도 되고 누구는 처벌 받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김영란법은 처음부터 공직자들의 각종 부정부패 척결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고질적 부정부패와 금품수수가 공직에서 너무나 많이 자행돼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법의 대상은 당초대로 공직자에 국한하는 게 입법 기술적으로 옳지 않은가 생각된다. 언론인, 사립교원에 대한 부정부패는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처벌하면 될 것甄?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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