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은 기자 ] 19세기 서구권에서 생겨난 신혼여행 문화가 국내에 도입된 때는 20세기 초반으로 알려졌다. 도입 초기에는 신혼여행에 대한 이해가 없어 특수계층과 중산층의 전유물로 취급됐다. 가는 사람도 대부분 예식이 끝난 뒤 당일 코스나 근교에서 1박을 하는 형식이었다. 택시를 빌려 서울 남산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혼여행이 서민층까지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다. 여행지는 형편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제주도는 형편이 넉넉한 부부들이 특히 선호했다. 여유가 없는 서민층은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고 온천 등 멀지 않은 관광지로 신혼여행을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가 생겼다. 다만 당시까지 중산층에는 여권 발급과 여행 비용이 큰 부담이었기 때문에 이런 부부가 많지는 않았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시대가 열린 뒤에도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신혼여행지는 제주도 등 국내였다. 1990년대 초반에는 한 해 2500~3000쌍의 신혼부부가 국내 여행을 했다. 배낭여행, 문화유적지 탐방 등 다양한 형태의 신혼여행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해외 신혼여행은 경제 및 관광산업의 발달과 함께 점차 확대됐다. 괌 발리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문화는 1990년대 중반 자리잡았다. 1998년 외환위기 발발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확대 추세는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선 유럽 등 서구권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문화가 정착됐다. 이는 인터넷문화 발달과 경제성장 등이 맞물려 발생한 결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07년 ‘신혼여행의 문화사’ 논문을 쓴 박부진 명지대 아동학과 교수는 “신혼여행 문화의 정착은 결혼을 ‘가족과 가족의 결합’으로 보던 전통적 인식이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라고 볼 수 있다”며 “1990년대에 관광산업이 크게 발달한 것도 신혼여행 문화 정착에 따라 여행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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