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마다 세살 아들·아내 응원 나와 정신이 '번쩍'
KPGA 대상·상금왕 재도전…日투어 첫승도 노려
준우승만 두 차례 야마하·한경 선수권 우승하고파
[ 최만수 기자 ] 박상현(32)에겐 ‘만년 이인자’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010년 이후 ‘톱10’에 든 횟수만도 스무 번이 넘을 정도로 성적은 꾸준했지만 지독하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위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무너진 것도 수차례였다.
그는 지난해 8월 바이네르 파인리즈 오픈에서 4년10개월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후 한풀이라도 하듯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두 대회 연속 우승(통산 4승째)을 차지했다. 남은 것은 시즌 상금왕과 대상. 하지만 두 부문에서 1위를 달리던 박상현은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김승혁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대상은 김승혁과 고작 1타 차였다. 시즌 2승을 거뒀지만 이인자란 꼬리표는 또 떼지 못했다.
“의외겠지만 별로 마음고생을 한 적이 없어요. 긍정적인 성격이거든요. 성적은 운이 따라야 하지만 마음가짐은 한 번도 추락해본 적이 없어요. 우승만 없었지 꾸준히 성적을 냈고 상금 ‘톱5’에 항상 들었으니까요. 실력만 키우면 우승은 언젠가 따라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에는 골프에 새로 눈이 뜨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력이 늘어 정말 만족합니다.”
박상현은 담담했지만 그의 아내 이비나 씨(31)는 그렇지 않았다. 바이네르 파인리즈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이씨는 필드에서 박상현을 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남편이 얼마나 우승을 열망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아들 시원이가 태어났을 때 박상현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경기에 출전하고 있었다. 시합에 지장을 줄까봐 경기가 끝날 때까지 출산 소식도 알리지 않을 정도로 속 깊은 이씨다.
박상현은 “그린 주변에서 쇼트게임이 좋아져 아이언 샷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된 것이 지난해 성적 향상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부분 외에 정신적으로도 강해졌다. 시원이 덕분이다. 박상현은 인터뷰 자리에 아내, 아들과 동행했다.
“국내 시합 때는 경기마다 아들과 아내가 같이 와서 응원해줘요. 독한 성격이 아닌 내가 포기를 모르는 골퍼가 된 건 모두 시원이 덕분이에요. 아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죠. 가정과 자식이 있는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요.”
시원이에게도 골프를 시킬 거냐는 질문에 박상현은 “본인이 원하면 돕겠다”고 했지만 아내 이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씨는 “공부는 2등 해도 인정받지만 운동은 1등만 살아남는 외로운 직업이라서 싫다”며 웃었다.
박상현은 올겨울 태국에서 한연희 전 국가대표 감독 지도 아래 김효주(20·롯데)와 체력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한 전 감독에 대해 “레슨뿐 아니라 골프를 대하는 마음가짐, 인생에 대해서도 조언을 받는 스승님”이라고 말했다. 사촌 동생처럼 지낸다는 김효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효주는 어렸을 때 같이 라운딩을 해보고 어마어마한 선수가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가서도 분명히 일을 낼 거예요. 긍정적인 성격, 스윙 등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친하게 지냅니다.”
그는 작년에 아깝게 놓쳤던 대상, 상금왕에 다시 도전한다. 일본투어 첫 우승도 노린다. 골프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 ‘대기만성(大器晩成)’형 골퍼 박상현의 지론이다.
“타이거 우즈 같은 대선수도 레슨을 받고 스윙을 뜯어고치잖아요. 골프는 공부처럼 평생 갈고 닦아야 하는 것 같아요. 제 골프는 아직 30%입니다. 늘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에는 작년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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