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규제 약하고 연체율 낮아 수익성도 높아
[ 이지훈/박신영 기자 ]
금융그룹들이 동남아시아 소비자금융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저금리·저성장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 진출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들 지역의 외국 자본에 대한 진입 규제가 낮은 점을 활용한 전략이다. 성장성과 수익성 잠재력이 큰 지역이라는 것도 매력적이다. 제2금융으로 시작해 은행업 진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 동남아 제2금융 ‘진격’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현지 금융사인 ‘말리스(Malis)’를 인수해 ‘우리파이낸스 캄보디아’를 출범했다. 말리스는 캄보디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액신용대출과 할부금융 등을 제공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인구의 13% 정도만 점포를 찾을 정도로 금융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소액대출시장의 잠재력이 크고, 실제 마이크로파이낸스업 성장률은 연 20~30% 선”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8월 미얀마에 ‘하나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설립했다. BS금융그룹은 자회사인 BS캐피탈을 통해 미얀마와 라오스에 각각 작년 9월과 올해 1월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영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11년 말 27개였던 동남아시아 신흥국(미얀마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필리핀 등)의 국내 금융회사 현지법인 수는 40개로 늘었다.
금융그룹들이 동남아 소액대출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외국계 자본에 대한 진입 규제가 낮아서다. 소비자와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소액대출이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게다가 동남아 신흥국은 공통적으로 연체율이 낮다.
‘채무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불교식 사고가 있고, 연대보증 제도도 발달했다. 캄보디아 부실채권(NPL) 비율은 1%에도 못 미친다. 우리파이낸스 캄보디아의 연체율은 0.5%에 불과하다.
높은 예대마진도 장점이다. 우리파이낸스 캄보디아는 우리은행 본점에서 연 3%의 낮은 금리로 돈을 차입해 연 20%의 고금리 대출을 주고 있다.
◆카드·캐피털사도 잇달아 진출
국내 제2금융사들의 동남아 진출도 활발하다. 신한은행을 통해 2011년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카드가 대표적이다. 작년까지 현지에서 10만5485장의 신한카드(신용+직불)가 발급됐다. 그중 75%가량을 현지인이 발급받았다. 자극받은 삼성카드도 베트남에서 할부·리스업을 주로 하는 현지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비씨카드는 작년 9월 국내 금융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국책은행 만디리와 손잡고 ‘신용카드 프로세싱 합작사’ 설립을 진행 중이다. KB국민카드는 국민은행의 동남아 인프라를 활용,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지에서 신용카드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동남아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10년, 20년 뒤를 보고 씨를 뿌리면 향후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글로벌 경쟁을 이겨내는 일이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자본의 진출이 늘어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훈/박신영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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