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중국의 국경 도시인 라오까이에서 서쪽으로 30㎞ 떨어진 사파(Sa Pa)는 해발 약 1600m의 계곡에 자리한 오래된 고원도시다. 다양한 산악 부족이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 여행객에게는 신기하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도로 사정이 열악해 사파를 찾아가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툭하면 산사태가 나기도 했으나 1990년대 후반, 형편없던 주변 도로가 개·보수되고, 프랑스 식민지 시절 세워진 프랑스풍 옛 호텔들이 새롭게 단장하면서 외국 여행자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소수민족의 매력이 흘러넘친다
사파를 찾은 여행자들은 산악마을을 따라 트레킹하면서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마을을 방문한다. 각 마을이 지닌 독특한 문화와 소수민족의 삶의 방식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사파 다운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깟깟(Cat Cat)으로 20분 정도면 닿는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소수민족 중 하나인 블랙 흐몽족(Black H’mong)이 이곳에 살고 있다. 흐몽족은 블랙 화이트 레드 그린 플라워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각기 다른 관습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블랙 흐몽족의 여성들은 원통 모양의 모자를 쓰고, 정강이받이를 다리에 착용하고 있으며, 남색 아마포 의상을 즐겨 입는다. 또한 다른 종족보다 큰 은제 장신구를 몸에 많이 치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고산지대에 살면서 과일이나 약초 등을 재배하고 소나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을 기르며 생계를 유지한다.
레드 자오족(Red Dzao)은 ‘홍’이라고 불리는 붉은 천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다. 자수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들은 전통적으로 비단실만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카프나 치마 등에 새겨진 문양은 원숭이 손과 배추 등 다양하다. 마을을 방문하면 레드 자오족 여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수를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득달같이 달려와 그들이 만든 민예품을 사라고 조른다.
깟깟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라오차이 마을에는 자이족(Giay)이 산다. 자이족은 녹색과 연두색 분홍색의 체크무늬를 기본으로 한 고운 색감의 두건과 옷을 입는다. 흐몽족과 지척에 있지만 옷차림과 생활환경, 언어와 풍습까지 전혀 다르다.
현지의 생활상이 매력적인 박하시장
하노이에서 사파로 가기 전, 박하라는 고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매주 일요일 베트남 최대 소수민족 재래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박하 주변 고원지대는 해발 900m 정도로 자오, 자이, 한, 싸팡, 눙, 푸라, 투 라오족 등 여러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시장에 닿는다. 시장은 여행객에게 현지의 속살을 보여주는 곳. 꽃으로 수놓은 화려한 치마를 입은 플라워 흐몽족 여성들이 물소와 돼지 말 닭 등을 판다. 그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도 살 수 있다.
노천 이발관에는 오래된 도구를 사용하는 이발사가 있고, 시장 한편에는 순대와 국수를 먹는 흐몽족 등을 볼 수 있다. 수공예품을 파는 거리를 지나면 각종 채소와 술을 파는 노점과 고깃집 등이 나타난다. 집에서 만든 빗자루와 땔감 등 소박한 물품도 보인다. 시장 아래쪽에 벌어진 우시장에는 커다란 뿔을 단 물소들이 팔려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시장은 우리네 전통 5일장과 매우 비슷하다. 물건 값을 흥정하는 여인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웃음꽃을 활짝 피우는 사람도 정겹다.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코흘리개 아이와 주막에서는 왁자지껄하게 술판을 벌이는 남자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도 그다지 막지 않는다. 사파 일대의 다른 소수민족이 사진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 박하의 플라워 흐몽족은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박하시장은 일요일 오전 9시 무렵에 시작해 낮 12시께 파장하니 유의해야 한다. 장에 온 이들은 가파른 고개를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정오에 출발해도 자정 무렵에야 집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정보
라오까이는 하노이 북서쪽으로 약 350㎞ 떨어져 있다. 하노이에서 사파로 가려면 라오까이를 거쳐야 한다. 매일 주간과 야간에 한 편씩 열차가 운행된다. 버스도 운행하지만 대다수의 여행자는 열차를 선호한다. 야간열차를 탈 경우 침대칸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라오카이역 앞에는 사파로 가는 승객을 태우려는 호객꾼들로 붐빈다. 빅토리아 사파호텔은 사파의 최고급 호텔.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 등을 갖췄다. 사파 대부분의 호텔에서 트레킹 프로그램을 알선해준다. 트레킹은 하루 일정부터 길게는 7~10일 여정의 프로그램도 있다.
사파·박하(베트남)=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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