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명품 찾는 된장女' 옛말…발렌티노 신발에 몽블랑 지갑 찾는 男

입력 2015-02-10 14:27  


9일 오후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6층 남성 명품관. 직장인 허성준 씨(34·가명)는 이탈리안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 매장에서 스니커즈 한 켤레를 집어들었다. 운동화를 착용하고 거울로 이리저리 비춰보던 허씨는 매장 직원에게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가격은 80만원대.

그는 "이달 받은 성과급으로 나를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 명품 매장을 찾았다"며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은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명품 브랜드의 신발, 지갑, 시계 등에는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명품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몽블랑 지갑, 페라가모 벨트 등은 이미 흔한 패션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 명품시장 '큰 손'으로 떠오른 남성

명품 브랜드의 주력 소비층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연말 새롭게 부상한 명품 소비층을 겨냥해 남성전문관을 리뉴얼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골든구스디럭스브랜드', '볼리올리', '발렌티노', '페이'의 매장을 열고 '몽클레르', '콜한' 등을 남성 단독 매장으로 꾸몄다. 남성명품관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해 10월 리뉴얼 오픈한 이후 올 1월 중순까지 명품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고신장했다. 백화점에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에서 남성 명품관만 비껴갔다.

신세계 관계자는 "남성전문관을 찾는 소비층은 유행에 민감한 30대와 40대 초반의 남성들로 비교적 젊어졌다"며 "남성관 개장을 계기로 2017년까지 연매출 1조원을 올릴 것"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온라인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남성 수입 명품 매출은 올 들어 이달 7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0% 급증했다. 또 수입 명품 내에서 남성 제품의 판매 비중은 2013년 25%에서 지난 해 48%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11번가에서 지난 한 해 가장 매출 신장률이 높은 명품 브랜드는 '몽블랑'(27%)이었다. 이어 '폴스미스'(19%), '페라가모'(18%), '디스퀘어드'(15%), '돌체앤가바나'(7%) 순이다.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은 30만원대 몽블랑 남성지갑과 19만원짜리 살바토레 페라가모 벨트.

최근 남성들의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콧대 높은 명품 업체들도 남성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여성 가방과 액세서리을 주력 상품으로 내놨던 프라다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남성 전용 매장인 '프라다 맨'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인기 브랜드 덱케의 남성 전용 제품군인 '아델 라인(ADEL Line)'을 이달 말 선보인다.

◆ 불황 없는 '여訣?#39; 등장

제일모직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 연말 패션 산업의 10대 이슈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소가 꼽은 10대 이슈 중 한 가지는 '여미족의 출현'이었다.

여미족은 패션 감각이 발달한 2030세대의 젊고(Young), 도시에 거주하는(Urban) 남성(Male)을 일컫는 신조어다. 과거에는 소비시장 주체가 여성이었지만 최근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미족이 신규 소비층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고 패션에 관심이 높아 유행에 민감한 소비를 한다. 또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라고 연구소 측은 소개했다.

여미족의 부상이 명품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남성들이 꾸미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남성 소비자들이 명품 소비를 통해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면서 "여성보다 직접 돈을 벌고 있는 비율이 높아 불황도 비교적 덜 탄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또 "남성들은 명품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명품 브랜드에서 비롯되는 만족감과 남과 다른 차별성으로 자신감을 얹는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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