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피해 극복한 일본산 상품의 저력
2011년 3월11일 일본 도호쿠(동북) 지방에서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의 처참한 현장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지진 발생 이튿날 일본 현장으로 날아가 일주일 머물며 대자연의 거대한 힘을 실감했다. 사상 최악의 지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재해에 굴하지 않고 냉정하게 대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2만여 명의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도 컸지만 후쿠시마원전에서 다량의 방사능이 유출돼 국가 신뢰도는 추락했다. 일본산 농수축산물은 글로벌 소비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도 나왔다. 대지진 발생 후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일본산 농수축산물은 물론 애기 기저귀 등 공산품 판매도 급감했다.
하지만 일본은 3년 만에 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사고 피해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농산물·식품 수출은 6117억 엔을 기록, 195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000억 엔( 약 6조 원)을 돌파했다고 일 농림수산성이 10일 발표했다. 전년보다 11% 증가해 2년 연속 사상 최대였다.
농산물 수출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3570억 엔, 과자 수출은 33% 증가한 148억 엔을 기록했다. 쇠고기도 41% 늘어난 82억 엔에 달했다.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일본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던 멕시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의 협상이 마무리돼 수출 증가에 탄력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수산물도 전년보다 5% 증가한 2337억 엔. 진주(30%) 연어·송어(36%) 등도 수출이 급증했다. 임산물은 38% 늘어난 211억 엔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홍콩, 미국, 대만, 중국 순으로 수출이 많았다.
일본산 농산물·식품 수출은 최근 10년 새 부침이 극심했다. 2007년에 5160억 엔까지 증가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에 4454억 엔까지 떨어졌다. 2011년에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일본산 식품’ 평판이 나빠지며 해외수출이 급감했다.
일본은 방사능 누출 피해를 딛고 농산물·식품 수출에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농수축산업의 중요성이 커가는 시점에 일본산 관련 제품의 수출 증가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일식붐을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커진 것도 배경이다. 일본 정부의 외교력도 한몫을 했다. 정부 측은 방사능 물질과 관련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금지해온 국가들과 협의를 계속해왔다. 호주가 최근 수입 규제를 완전 철폐했고, EU(유럽연합) 싱가포르 미국도 수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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