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언론 공개 이후
문화재 지정 계속 논란
진품이라면 '국보' 가능
[ 박상익 기자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해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 지정절차를 밟는다. 문화재위원회는 12일 서울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동산분과위원회를 열고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 결정으로 증도가자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에 따라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정조사에는 3명 이상의 관계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팀은 최근 “증도가자 14점에서 채취한 먹의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이 먹들이 1033년에서 1155년 사이에 만들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보고서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제출했다. 연구팀은 “전문가 32명이 참여해 조사 대상 109개 활자 중 62점이 증도가자, 나머지 47점은 고려시대 주조 활자인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로부터 ‘증도가자 輸角劇鄕떻?rsquo; 연구용역을 발주받아 이번에 결과를 내놓았다.
증도가자는 고려시대 선불교 해설서인 ‘남명화상찬송증도가’의 목판본(1239년)을 찍기 전 주자본(금속활자본)을 인쇄하는 데 쓰인 활자로 알려졌다. 이것이 국내외 학계의 공인을 받으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심체요절(직지심경·1377년)보다 138년 이상 앞선 세계 최고(最古)의 인쇄 문화재가 된다.
증도가자가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2010년 9월이다. 남 교수가 언론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앞서 2007년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증도가자 11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은 2011년 10월 문화재청에 증도가자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문화재위원회는 신청 2년이 지나서야 증도가자에 대한 종합학술조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연구용역이 시행됐다.
문화재위원회가 증도가자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를 시작하기로 함에 따라 증도가자가 국보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분과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제출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산문화재분과위원장인 박문열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3명 이상이 아니라 수십 명이 지정조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서지학, 비파괴조사, 탄소연대 측정 등 여러 전문가들이 각자 분야에서 연구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정조사자들이 보고서를 만들면 문화재청을 거쳐 문화재위원회에 올려진다. 문화재위원들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문화재 지정 여부를 심의한다. 다만 지정조사자를 언제, 누구로 정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현 문화재위원의 임기가 4월 말에 끝나는 만큼 그 이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언제 보고서가 만들어질지도 미지수다. 윤순호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은 “외국에서 문제 제기를 해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세계 문명사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편파적인 시선으로 우리 것이 죽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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