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발행 성공땐 다른 은행들도 뒤따를듯
[ 박종서 기자 ]
국민은행이 상반기에 5억달러 규모의 ‘커버드 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커버드 본드법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커버드 본드는 은행이 가장 싸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낮추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의 첫 발행으로 커버드 본드에 대한 다른 은행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유리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5억달러 규모의 커버드 본드를 발행하기로 하고 준비 중이다. 커버드 본드는 주택 항공기 등의 안정적인 담보를 가진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다른 점은 담보자산이 부실해질 경우에도 은행이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채권 같은 담보가 있기 때문에 은행채보다 안전하다. 투자위 窩?안전하게 감싸줬다(커버)는 의미에서 커버드 본드로 불린다. 만기는 5년 이상으로 은행들은 고정금리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커버드 본드법의 정식 이름은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법’이다. 지난해 4월15일 시행됐지만 아직 발행 실적은 없다. 관련 법이 없었던 2009년 5월에 국민은행이 자산유동화법과 신탁법에 근거해 10억달러어치를 발행했지만 정통 커버드 본드는 아니었다.
국민은행의 이번 커버드 본드 발행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가 강조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위해 필요한 장기자금 조달의 리스크를 만기가 최장 30년인 커버드 본드가 헤지해줄 것이란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의 주요 자금 공급원은 만기 2년 미만의 예금과 만기 1~3년의 은행채 등이기 때문에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해줬다가 추후 금리가 오르면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B사태’ 이후 흐트러진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첫 커버드 본드 발행이 ‘리딩 뱅크’의 위상을 높여줄 것이란 판단이다.
금리는 연 2%대 전망
관심은 금리다. 커버드 본드의 금리는 국고채와 은행채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중 보장’으로 은행채보다는 안전하지만, 은행의 신용도를 감안할 때 국고채 금리 이하로 발행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11일 현재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2.051%다. 국민은행의 3년 만기 채권금리는 연 2.156%로 차이가 크지 않다.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금채 금리(연 2.114%)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을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만기 10년 이상의 커버드 본드에 대해 원화 예수금의 1% 한도 이내에서 예금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을 내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건전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국민은행이 이번 커버드 본드 발행에 성공하면 다른 은행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커버드본드
covered bond. 은행 등 금융회사가 주택담보대출과 국·공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
하는 유동화채권. 채권을 발행한 금융회사가 파산해도 투자자들은 우선적 권리를 보장받
는다. 담보가 부족해도 다른 자산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
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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