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정몽구 회장 부자 현대글로비스 지분, K사가 사려했다

입력 2015-02-13 15:00  

블록딜 하루 전날 지분 인수시도 나섰으나 막판 불발
'딜 뺏으려는 경쟁 IB vs 지키려는 씨티' 3주간의 불꽃 공방전



이 기사는 02월13일(05: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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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K사는 지난 1월12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는데 실패한 이후 이 지분을 사들이려 했다.

K사는 지난 4일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A사와 국민연금 등을 끌어들여 정몽구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 인수를 시도했다.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한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 회장 부자 입장에선 또다시 블록딜에 나서느니 K사에 지분을 넘기는 편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K사로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현대글로비스의 주요주주가 됨으로서 승계과정에서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2011년 7739억원에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사들였다가 상장(IPO)으로 50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린 KCC의 사례를 재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요 투자자 한 곳이 발을 빼는 바람에 결국 불발된 이 거래를 조율한 곳은 외국계증권사인 M사였다. 성사됐다면 M사는 경쟁사의 알짜 일감을 빼앗으면서 현대차란 거대 고객을 확보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간발의 차로 경쟁사에 국내시장 사상 세번째로 큰 블록딜을 빼앗길 뻔 했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다음날인 5일 전격적으로 투자자 모집에 나서 거래를 성사시켰다. 3주 만에 명예회복에 성공함과 동시에 올해 최대 규모의 주식자본시장(ECM) 거래를 지켜낸 순간이었다.

2차 블록딜 역시 정 회장 부자 지분 13.4%를 파는 1차와 동일한 방식이었다. 한 차례 실패한 방식을 또다시 밀고 나간 것은 13.4%를 한꺼번에 블록딜하는 것 외에는 해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씨티 역시 다른 회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방안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은 '블록딜이 유일한 해법'이란 것이었다. K사의 지분인수 시도가 실패로 끝난 원인도 투자자 모집 실패 이외에 "대기업끼리 짜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단 점이 부각된 탓이었다.

IB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현대차그룹이 한차례 블록딜에 실패한 씨티에 거래를 계속 맡길 것이냐였다. 1조원이 넘는 블록딜이 나왔다는 사실이 노출되자마자 국내외 IB들은 너나할 것 없이 '씨티보다 더 좋은 조건에 거래를 성사시켜주겠다'며 현대차로 달려가던 참이었다. 극비리에 진행해 온 거래가 탄로난 씨티로선 '온 몸에 꿀을 바르고 벌집에 뛰어든 격'이었다.

거래를 지켜내기 위해 씨티 뉴욕 본사 및 홍콩의 아시아·태평양 본부, 서울의 한국법인간 컨퍼런스콜이 매일 새벽 5시까지 이어졌다. 2차 블록딜에선 본사로부터 백스톱 조항(매각에 실패한 주식을 매각주관사가 모두 떠안는 조건)을 승인받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최악의 경우 1조1000억원을 떠안겠다는 건 자칫 씨티 한국법인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박장호 씨티 한국 대표와 원준영 자본시장 본부장(전무)은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기 때문에 두번째 블록딜의 성공 가능성은 90% 이상이란 점 ▲한국 IB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 ▲NH투자증권과 공동으로 매각을 주관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아진 점 등을 들어 2주 만에 본사를 설득했다.

자리를 걸고 블록딜에 나서겠다는 박 대표의 결의에 현대차는 다시 한 번 더 씨티에게 오너 부자의 지분을 맡기기로 했다. 보호예수기간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자는 제안도 흔쾌히 수용했다.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일부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블록딜이 실패한 2015년 1월27일에서야 현대글로비스를 연구하기 시작한 경쟁사들이 내놓은 해결책이 1년 넘게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방안을 고민한 씨티의 해법보다 설득력을 갖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현대차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주당 매각가격은 23만500원으로 지난달 12일의 27만7500원보다 4만7000원 낮았다. 하지만 불과 1년전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22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 부자 입장에서도 크게 손해를 본 거래는 아니었다는게 IB업계의 평가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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