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개천의 용’은 사라지고 ‘금수저’만 남았다.
부모의 교육 및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학벌과 연봉도 높았다. 10년간 추적 연구를 통해 한국 사회의 ‘계층 세습’ 현상이 확인됐다.
13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한국교육고용패널 학술대회’에 발표자로 나선 민인식(경희대) 최필선(건국대) 교수는 “부모의 교육·소득 수준이 자녀의 고교·대학 진학뿐 아니라 노동시장 성과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며 “부모의 능력과 수준이 자녀의 계층이동을 결정한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의 세대 간 사회계층 이동성에 관한 연구’ 주제의 이 논문은 2004년 당시 중학교 3학년 코호트(통계적으로 동일한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 2000명을 표본으로 추출해 2004~2013년 10년 동안 추적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일반계고 진학 비율이 높았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고교 성적이 상위권일 확률도 높았다.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부모의 자녀는 일반고 진학률이 90%에 근접한 데 비해 소득 1~2분위에선 진학률이 50~60%대로 떨어졌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특성화고(옛 실업계고)에 진학해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부모 교육 수준과 자녀 성적도 비례 관계를 보였다. 대졸(전문대졸 포함) 이상 부모를 둔 자녀의 고교 내신 성적 1~2등급 비율은 16.2%였지만 부모가 고졸 미만인 경우 3.3%에 그쳤다. 3~4등급 비율도 각각 49.3%(대졸 이상)와 35.7%(고졸 미만)로 격차가 벌어졌다.
대학 진학률과 명문대 진학 여부 역시 가구 소득 및 보호자 학력의 영향을 받았다.
소득 1분위 가구 자녀의 4년제대 진학률은 30.4%였지만 5분위 가구 자녀는 68.7%로 2배 이상 뛰었다. 상대적으로 4년제대 졸업자가 고소득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득 수준이 세습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보호자 교육 수준이 자녀의 학벌을 좌우했다. 대졸 이상 보호자를 둔 자녀의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 1~2등급 비율은 20.8%였다. 반면 고졸 미만 부모의 자녀는 이 비율이 채 1%도 안 됐다.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가 자녀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경향이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가구 소득과 부모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취업한 자녀의 임금 수준도 올라갔다.
가구 소득 4~5분위 그룹의 월 평균 임금은 163만원, 1~3분위 그룹은 150만원으로 집계됐다. 부모의 학력이 미치는 영향은 더 컸다. 부모가 대졸 이상은 평균 179만원, 고졸 또는 고졸 미만은 145~148만원으로 3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조사 대상 연령층이 20대 중반으로 아직 취업한 케이스가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결과적으로 세대 간 소득이동성이 제약되고 사회계층이 세습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모의 사회계층 차이가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와 성과에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이러한 메커니즘의 핵심 경로”라며 “갈수록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한국교육사회학회·한국인력개발학회·한국노동경제학회 등 9개 학회와 공동개최한 이날 학술대회에선 △대학교육 △노동시장 △학업 성취 △사회이동 △진로 선택과 노동시장 △대학원 논문경진대회 우수논문 수상작 등 6개 주제 논문 23편이 발표됐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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