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이런 주장에 반박해오던 여권에서조차 최근에는 복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법인세 인상과 복지 축소 간 빅딜을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이 오히려 세수를 줄어들게 만들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를 더욱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지난 정부에서의 법인세 인하가 부자 감세인지에 대한 견해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 한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대기업에만 집중된 혜택, 이제 되돌려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거의 한목소리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취해진 법인세율 인하가 상대적으로 대기업들에 혜택이 집중되었던 만큼 이를 되돌린다는 차원에서도 법인세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8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 죽이기를 막아내고 복지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돌리겠다”며 “법인세를 정상화하고 부자 감세를 철회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부자 감세의 대표격인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했는 데도 기업은 투자를 더 줄여나가는 바람에 이제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정부의 일방적인 증세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최경환 경제팀은 법인세 정상화를 하는 것만이 정부가 부족한 세수에 대한 책임을 근본적으로 메우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이던 여권 내에서도 최근 이에 대해 다소 긍정적 발언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인다. 유 의원은 적극적으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지는 않고 있지만 “만약 우리가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법인세도 성역이 돼서는 안된다”고 밝혀 법인세 인상 여지를 남겨뒀다.
법인세율이 외국과 비교해 낮다는 이유로 인상에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OECD 평균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도 낮다는 것이다.
○ 반대 “세금이 더 안 걷히고 기업 부담만 늘어난다”
가장 반대가 심한 곳은 아무래도 재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는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추세인데 우리만 올리는 것은 이런 추세에 역행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OECD 국가의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 30.6%였지만 지난해에는 23.4%로 낮아졌다. 이에 비추어볼 때 국내 법인세율(22%)은 그렇게 낮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OECD 국가 중 금융위기 후 법인세를 올린 나라는 7개국에 불과하다.
이재수 전경련 금융조세팀 과장은 “국내 간판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는 가운데 법인세마저 올리면 투자 위축으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증세 논의에 앞서 복지제도 손질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다소 애매하지만 반대하는 측에 속한다. 그는 “법인세 인상이 절대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라고 다소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한덕수 무역협회장도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율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법인세가 인상될 경우 어려움을 느끼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이 오히려 세수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은 “2013년 법인세가 줄어든 것은 기업들 장사가 잘 안됐기 때문이며 세율을 높여도 실제로는 세금이 덜 걷힐 수도 있다”며 “지금은 오히려 세율을 낮춰 경기를 활성화하고 내수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생각하기 “정치적 주장 앞세우기보다는 면밀한 파급효과 따져봐야”
법인세 인상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최근 법인세 인상이 논의되는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 이를 촉발시킨 계기는 연말정산이었다. 연말정산에서 전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득세 증세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됐고 야권에서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를 인상해 복지지출에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야권에서는 특히 지난 정부에서의 법인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로 규정, 이를 원상 복귀하는 차원에서도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2008년 법인세율이 내렸지만 이후 기업들의 세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는 데 있다. 세율 인하 다음해인 2009년에는 반짝 세금이 줄었지만 이후 각종 공제와 감면 축소로 지난해 기업들의 세 부담은 2009년 대비 3조2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정부 역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대기업 세 부담은 10조9000억원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2008년 법인세를 내린 뒤 법인세수는 늘어났다.
결국 현재 법인세를 올리게 되면 정치권 주장과 달리 법인세 세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기업들의 부담 증가로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복지재원 충당을 위한 법인세 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조세정책은 그 영향이 상식적인 결론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법인세 인상에서도 정치적 주장보다는 그로 인한 파급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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