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총리 인준, 여론조사로 하자"…당 안팎 역풍

입력 2015-02-13 20:51   수정 2015-02-14 04:05

인준 '여론 조사 결정' 제안

참석땐 인준 확실…불참땐 국정발목 비판 우려
새누리 "합의 뒤집고 의회민주주의 부정" 반발



[ 이호기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를 놓고 여야가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결정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문 대표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16일로 미룬 여야 원내지도부 간 합의를 뒤집고 ‘말바꾸기’를 하고 있고,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야당 일각에서도 문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이 대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잘못된 ‘여론 정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우리 주장(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 여긴다면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여야 공동으로 의뢰하기를 청와대와 여당에 제안한다”며 “우리 당은 그 결과에 승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이 후보자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당의 입장이 매우 곤혹스럽다”며 “우리 당은 번번이 국정을 발목잡는 것 같은 그런 모양을 원하지 않지만 국민은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품격 있는 총리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어제까지 문 대표는 원내대표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분명히 말했고 국회의장 중재 아래 어려운 합의를 도출한 게 불과 몇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며 “야당 대표가 하루 만에 이렇게 말을 바꾼 데 대해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문 대표가 ‘공동 여론조사’ 카드를 꺼내든 것은 현실적으로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여론에 호소하는 것 외에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유도할 만한 수단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16일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다면 야당도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표결에 임하면 패할 가능성이 크고, 야당 내 이탈표가 나올 가능도 배제할 수 없다. 표결까지 불참하면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난과 ‘문재인호(號)’ 출범 후 강경 대치 정국을 주도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최근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도 감안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가 ‘적격’이라는 의견은 29%인 반면 ‘부적격’은 41%에 달했다. 지난달 27~29일 조사 때(‘적격’ 39%, ‘부적격’ 20%)보다 부적격 여론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후보자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충청 지역에서조차 ‘부적격’(38%)이 ‘적격’(33%)을 앞섰다.

문 대표가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기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이나 최근 전당대회 등 주요 고비마다 여론조사에서 적잖은 정치적 이득을 올린 바 있다”며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무기로 쓸 수는 있겠지만 대의 민주주의 아래에서 여론조사를 의사결정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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