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틈새상품' 돈 몰린다

입력 2015-02-13 22:10   수정 2015-02-14 04:21

원유DLS…엔화예금…달러표시 중국채권
'게릴라식 치고 빠지기'

저가주 펀드 누적 수익률 91%
원유 ETF거래 100배 증가
손실땐 만기연장펀드 '인기'



[ 조재길 기자 ] NH투자증권이 올 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신종 주가연계증권(ELS)엔 13일 현재 393억원이 몰렸다.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면 만기(3년)를 자동으로 2년 연장해 수익을 낼 기회를 다시 주는 일종의 ‘패자부활형’ 상품이라는 게 인기 요인이다. NH투자증권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일종의 특허인 ‘배타적 사용권’도 받았다.

초저금리에다 증시마저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자 기존 상품과 차별화한 틈새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 규모는 작년 말 54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6.3%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도 작년 말 14조1000억원에 그쳐 24.6%나 줄었다. 돈 굴리기가 어려워졌지만 저가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나 원유파생결합채권을 비롯해 가격 변동을 이용한 상품 등은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투자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게 중소형주 바람이 분 작년 하반기 이후 400억원이 유입된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의 ‘로우프라이스 펀드’다. 이 펀드는 주가가 2만5000원을 밑도는 저가 종목만 골라 담는다. 누적 수익률은 91.41%(2011년 4월4일~올해 2월2일)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8.10%)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김성민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 상품개발팀장은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형성된 종목을 찾아 투자하는 유일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에 비례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원유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급증세다.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돼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어 원유선물’ ETF 거래량은 이달에만 하루평균 396만주에 달하고 있다. 작년 11월(4만주)보다 약 100배 늘었다.

이색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시중자금이 ‘게릴라’ 식으로 치고 빠지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 뱅커(PB)들의 전언이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이사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공고화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변동성까지 확대되고 있어 투자자들이 원금을 중시하는 분위기”라며 “금융회사 입장에선 특이한 상품으로 차별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팍스자산운용이 지난달 출시한 ‘밸류파워주식형펀드’도 좋은 사례다. 모기업인 일본 스팍스그룹의 가치주 투자 전략을 쓴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판매처가 별로 없는 소형 운용사로는 드물게 60억여원이 모였다.

장재하 스팍스운용 대표는 “우리보다 먼저 저금리·저성장을 경험한 일본에서 翎耳?성과를 냈을 정도로 투자 전략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에 이어 원유 파생결합채권(DLS)도 인기다. 작년 여름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국제 유가가 연초 40달러 선까지 떨어지자 저가 매수세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증권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11월 62억원, 12월 110억원어치 발행됐던 원유 DLS가 올 1월 108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도 11일까지 17건, 351억원어치가 팔렸다.

은행권에선 엔화 예금과 엔화 연동형 예금(ELD)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금을 보장하되 환율 상승에 따라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금리는 제로에 가깝지만 나중에 엔화 환율이 오르면 비과세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회사는 달러로 표시되는 중국채권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을 이달 말부터 판매할 것”이라며 “연 4~5%의 확정금리를 주기 때문에 PB 고객 사이에서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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