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
잘나가는 中소비주· 화장품
모바일 쇼핑·결제주 주가 비싸
올해 코스피 2000선 넘어설 듯
중소형주 강세 좀 더 이어질 것
[ 안상미 기자 ]
“지금 잘나가는 업종과 좋은 기업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의 비결은 ‘타이밍’에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쌀 때 사서 적정 가치에 도달하면 팔아 수익을 챙기는 것입니다.”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사진)는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국 소비주, 화장품, 모바일 쇼핑, 모바일 결제 관련주는 장기 성장성이 있는 주식이지만 주가는 비싸다”며 “적정한 투자 시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용 대표는 해당 산업 분야에서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늘려 가고 있는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주, 제지주 등이 해당 종목으로 꼽힌다.
페트라투자자문은 2009년 설립해 현재 5000억원가량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이 중 40% 정도가 외국인 투자자금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장기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해외 대학기금 등이 페트라의 주요 고객일 정도로 해외시장에서 더 인지도가 높다. 설립 이후 페트라의 누적 수익률은 187%에 이른다. 연평균 수익률로 따지면 23%다.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에 그친 시장에서 페트라는 연 10%대 수익률로 선전했다.
▷올해는 장기 박스권을 넘어설 수 있을까.
“코스피지수 1800~2000 박스권은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여름에도 ‘코스피의 박스권 돌파’가 최대 관심사였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주주환원 정책 강화 등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서 장기 박스권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도 커졌지만 결국 9월 이후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부 정책이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경기부양책 또한 일본 아베노믹스처럼 강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도 외국인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게다가 주요 기업의 실적도 부진했던 상황이었다. 연초가 되면 증권업계가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내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그 근거는.
“현대차 한 종목만 놓고 봐도 과거와 달리 배당을 늘리는 등 시장을 의식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분위기다. 실적도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개선세에 무게를 둘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로 안착할 것으로 본다. 단 계속 침체기였다가 순식간에 올라간 중국 주식처럼 급등세를 연출하기는 힘들다.”
▷지난해 뭄?증시만 못 올라 투자자 이탈이 두드러진다.
“역발상이 필요하다. 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으면 그만큼 하락폭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증시가 경기 회복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하락 위험도 그만큼 커진 상태다. 미국 증시는 변동성 확대를 우려해야 하지만 반대로 국내 증시는 그만큼 못 올라 바닥권에 놓여 있기 때문에 하락폭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증시 속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강세는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 현재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중소형주 비중은 60~70% 정도다. 대형주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회사 수는 적다. 건설, 금융 등 대형주 업종에서는 대부분 종목들이 같이 움직인다. 현재로선 이들 업황이나 실적의 개선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단 주가가 과도하게 빠지면 반등할 수 있다. 대형주 주가가 워낙 바닥권에 놓여 있다 보니 지금 사도 크게 손해보지는 않겠지만 추세적인 상승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코스닥시장을 비롯해 중소형주들은 업황이 좋은 기업들이 많다. 글로벌 경기와 관련이 적은 모바일 결제, 모바일 쇼핑, 화장품, 중국소비 관련주 등은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페트라의 투자철학은.
“가치투자를 표방한다. 기존 가치투자 전략과는 좀 다른 방식이다. 기업의 가치는 업황 등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실제 기업 가치와 주가 간 괴리가 생긴 기업을 골라 사고파는 것이다. 쌀 때 사서 적정 가치에 도달 玖?파는 것이다. 성장주들은 적정가치보다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우리는 과감히 매도한다. 기업의 적정가치를 판단하는 노하우가 페트라의 경쟁력이라고 본다. 단 바이오처럼 확신이 없는 업종이나 종목은 아예 접근하지 않는다.”
▷주로 담는 업종이나 종목이 있다면.
“15~20개 종목을 선별투자한다. 일반 투자자도 어떤 업종이 좋고, 어떤 기업이 좋은지는 잘 안다. 적정가치보다 싼 가격의 주식을 골라야 한다. 정유, 화학, 조선 등 장치산업이나 원자재 시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은 기피한다. 경기에 관계없이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소비 유통이나 성장성이 주목받는 모바일 관련주,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수출주, 지주회사 등에 주목하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