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라왁
사라왁(Sarawak)은 밀림과 목재로 유명한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의 한 주(州)다. 식인 풍습을 가진 이반족이 살았던 곳으로 할리우드 스타 제시카 알바의 초기작 ‘슬리핑 딕셔너리’의 무대이기도 하다. ‘슬리핑 딕셔너리’는 영국인이 자신들에게 토속어를 가르치는 원주민을 첩으로 삼는 것을 일컫는 속어다. 질곡의 역사를 거친 사라왁은 이제 많은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휴양지로 거듭났다.
용맹스러운 이반족의 섬
원래 사라왁은 브루나이의 영토였다. 1841년 영국의 탐험가이자 군인인 제임스 브룩이 인근 해역에서 노략질을 일삼던 해적들을 소탕한 뒤 브루나이 술탄으로부터 영토를 받아 사라왁 왕국을 세웠다. 그 후 1888년 영국의 보호령이 됐다가 1963년에 말레이시아의 한 주로 편입됐다.
사라왁에는 가얀족, 끄냐족, 뻐난족, 말레이족, 한족 등 약 20개 종족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이반족은 사라왁 최대의 종족이다. 이반족은 오랜 옛날부터 용맹스러운 종족으로 유명했다. 이들은 불과 30년 전까지 사람을 사냥했다. 이반족 사람들은 적의 머리를 많이 벤 전사를 좋아했다. 지금도 이반족이 사는 집에는 사람의 해골이 걸려 있다.
이반족의 옷차림은 텔레비전에서 흔히 본 원주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자는 허리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앞뒤를 가리는 스커트를 입는다. 여자는 짧은 검은색 스커트를 입는다. 이반족은 주로 밀림 강변에 일명 ‘롱하우스’라 불리는 긴 집을 짓고 집단으로 거주한다. 롱하우스는 10가구 이상이 함께 생활하도록 지은 공동주택이다. 당연히 집을 지을 때도 공평하게 일을 분담해서 짓고, 사용하는 공간도 균등하게 나눈다. 현재 남아 있는 롱하우스의 규모는 대략 길이 100m, 폭 20m 내외다. 이것도 대단하지만 예전에는 훨씬 더 긴 집이 있었다고 한다.
휴양과 트레킹의 천국이 펼쳐진다
사라왁의 관문인 쿠칭(Kuching)은 유럽 여행자들도 즐겨 찾는 휴양지다. 청명한 바다와 울창한 밀림은 자연과 더불어 조용하게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쿠칭은 말레이시아 중소도시 서민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다마이비치(Damai Beach)는 쿠칭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다. 약 1㎞ 길이의 백사장 양 끝이 울창한 삼림으로 막혀 있어 마치 깊은 밀림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해변에서는 가벼운 산책 또는 다양한 해양 스포츠도 가능하다.
다마이비치 근처의 숲속에는 아담한 민속촌이 있다. 말레이시아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재현한 곳으로 이반족의 롱하우스도 볼 수 있다. 수시로 공연하는 민속 쇼는 관광객들이 말레이시아의 문화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쿠칭의 또 다른 관광명소는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고양이 박물관이다. 세계 곳곳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물건을 가져와 꾸민 박물관이다. 고양이 박제를 비롯해 고양이를 모델로 한 각종 스티커, 서적에 이르기까지 많은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참고로 쿠칭이라는 말에는 ‘고양이’라는 뜻도 들어 있다.
생태 관광명소 바코 국립공원
사라왁에서도 자연환경이 독특한 몇몇 지역은 국립공원으로 특별 관리되고 있다. 쿠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바코 국립공원은 사라왁에서 가장 유명한 에코투어리즘 명소다. 쿠칭에서 북동쪽으로 약 37㎞ 떨어져 있다. 1957년에 사라왁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정글 트레킹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바코 국립공원의 마스코트는 프로보시스 원숭이다. 원주민어로 옮기면 ‘네덜란드 코쟁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식민 통치 시절, 원주민들이 길게 늘어진 프로보시스 원숭이의 코를 서양인에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 트레킹을 하다 보면 원숭이들이 관광객의 발밑까지 접근하기도 한다. 트레킹 코스는 0.8㎞부터 6㎞가 넘는 코스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투명한 열대의 해변에 닿는다. 도착 후에는 보트를 타고 기암괴석의 바다를 둘러보거나, 해수욕을 즐기는 것이 보통이다. 미끄러운 진흙만 주의한다면 크게 힘들지 않다.
여행 정보
말레이시아항공, 대한항공 등을 타고 7시간 정도면 사라왁으로 갈 수 있다. 말레이시아의 통화 단위는 말레이시아 링깃(RM)으로, 1링깃은 310원 정도다. 이슬람교도가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여행자라 해도 그들의 계율을 존중해야 한다. 또한 모스크, 중국 사원, 힌두 사원 등 종교 시설을 관람할 때는 관람객용 상의나 스카프를 착용해야 한다. 남자의 경우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말레이시아 사람은 머리를 신성한 부분으로 여기므로 함부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곤란하다.
사라왁(말레이시아)=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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