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안희정 지사, 야권 잠룡으로 물밑 움직임
[ 고재연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여야 ‘잠룡’으로 분류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2017년 대권 행보에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
남 지사, 원 지사, 홍 지사 등 여권 잠룡들은 여의도에 경쟁적으로 서울사무소를 내고 국회와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단순히 중앙정부와의 연락본부가 아닌 사실상 ‘대선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지사는 용산에 있던 경상남도 서울본부를 여의도로 옮긴 뒤 최구식 전 의원을 정무부지사로 영입하고 정무특보직도 신설했다. 원 지사도 서울 가양동에 있던 서울사무소를 여의도로 옮기고 조직을 확장했다. 남 지사는 여의도에 있던 서울사무소를 그대로 사용하되 세종시 정부협력팀까지 총괄하면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홍 지사는 지난 7일 경상남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 천천히 대권을 준비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여권 차기 대권 잠룡 가운데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은 홍 지사가 처음이다.
남 지사와 원 지사는 대선 출마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제주도 운영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그런 면에서 저는 시험대에 있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잠재적 경쟁자로 평가받는 안 지사는 대선 출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안 지사는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연배나 경륜이나 시대의 흐름으로 봤을 때 다른 세대”라며 “문 대표를 라이벌로 생각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가 2017년 새정치연합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당연히 지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아직 2017년 대선에 대한 경쟁 구도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공사로 치면 입찰 공고도 안 났고, 대학으로 치면 아직 입시 공고도 나지 않은 상황 아닌가”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박 시장은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단숨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지만,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무산,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막말 사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을 둘러싼 잡음 등으로 순탄치 않은 연말을 보냈다. 이달 초에는 전세 28억원짜리 단독주택인 가회동 공관 이사를 두고 ‘황제 공관’ 논란이 불거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6일 발표한 2월 둘째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은 문 대표에게 12.3%포인트 뒤져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중 차기 대선 주자 후보 지지율은 박 시장(12.9%), 홍 지사(5.1%), 남 지사(4.2%), 안 지사(3.7%) 순으로 나타났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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