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설 소망

입력 2015-02-17 21:02   수정 2015-02-18 03:57

현장에서

북, 남기업인 억류 조항 신설
언제 또 몽니 부릴지 늘 불안
'쿠쿠전자' 같은 성공 늘어나길…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 김정은 기자 ] “개성공단에 들어온 지 6년째입니다. 지난 몇 년간 발을 뻗고 마음 편하게 잠자리에 든 일이 드물었습니다. 북한이 또 몽니를 부리지 않을까, 재작년 공단 폐쇄의 악몽이 반복되진 않을까 늘 불안합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 섬유업체 대표의 고민이다. 북한이 최근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개성공단 내 남측 기업인을 억류할 수 있다’는 규칙을 신설하자 입주 기업인들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설 분위기를 느낄 여유가 없다고 했다. 아직 북측의 구체적인 제한 조치는 없지만 2013년 4월 기업인 7명이 억류된 적이 있어서 개성공단 내 돌발상황이 또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개성공단은 2004년 기업이 입주를 시작해 그해 12월 첫 제품을 생산하면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곳에 입주한 우리 기업은 124개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개성공단 입주 상장사 10곳의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143% 증가했다. 매년 매출은 10%, 영汰缺痼?12% 성장한 셈이다.

태광산업 한국단자 쿠쿠전자 자화전자 로만손 등 다섯 개 업체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특히 쿠쿠전자는 시가총액 1조7000억원대 기업으로 컸다. 저렴한 인건비 등 개성공단만의 경쟁력이 이들 기업의 성장에 상당 부분 이바지했다는 분석이다.

나인 대일섬유 등 공단 내 의류업체 네 곳은 얼마 전 공동 의류 브랜드 ‘시스브로’를 내놓았다. 시스터(자매)와 브러더(형제)를 합친 말로 남과 북이 한 형제자매란 뜻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2013년 북한의 압박으로 넉 달가량 가동이 중단되면서 거래처 단절 등으로 입은 피해액이 1조원에 달했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확실성이 개성공단 기업인들을 짓누르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제2의 쿠쿠전자’가 많이 생기고 개성공단 같은 남북 경제협력 모델이 더 나왔으면 하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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