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자원봉사…미소국가대표…테마관광 코스 개발…볼거리·먹거리 가득한 '쇼핑天國 코리아' 만든다

입력 2015-02-23 07:00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향해 뛰는 한국방문위원회


[ 김명상 기자 ]
2012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1420만명으로 늘어났다. 2017년까지 20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문제는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장이다. ‘다시 찾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꼼꼼한 준비와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맛집으로 소문이 나더라도 서비스가 엉망이라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 한국방문위원회가 외래 관광객의 만족도 제고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외국인 관광객 불편 해소에 총력

방한 외국인관광객은 많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국 여행의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3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4.15점(5점 만점)이었다. 특히 관광안내 서비스(3.96점), 언어소통(3.59점)은 평균 이하의 평점을 받았다.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45.2%로 1위를 차지했다. 서둘러 개선하지 않으면 언제든 외국인 관광객을 일본 등 주변 경쟁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방문위는 관광 안내 및 통역 서비스를 강화해 외국인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중국 춘제(春節·중국설), 일본 골든위크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시기에 키오스크(kiosk)를 활용해 지역 관광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한 예다. 관광안내원 통역, 관광 홍보물, 와이파이, 충전, 출력, 음료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투어리스트 서비스 센터’도 운영한다.

또 지난해 발족한 250여명의 통역자원봉사단 ‘친절대사’를 통해 언어소통의 불편함을 해소할 예정이다. 친절대사는 총 15개 국어로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진면목을 알려 다시 찾고 싶도록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국민이 웃으며 외래 관광객 맞이

아무리 시스템을 갖춰도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한국방문위는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상대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환대 서비스 개선 및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세관, 공항 출입 택시, 공항 종사자, 관광경찰·경찰경호대 등의 관계자에게 환대의식을 개선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웃는 얼굴로 손님을 대하는 것은 환대의 기본이다. 한국이 관광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부가 아닌 국민 전체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방문위가 환대 실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가득한 대학생 홍보단 ‘미소국가대표’는 올해에도 국민들의 환대 실천을 유도하는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한다. 또한 우수 관광 종사자들을 명예 미소국가대표로 꾸준히 발탁해 다른 관광 종사자들을 자극할 계획이다. 관광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청소년 미소국가대표’ 사업은 서울·수도권을 넘어 강원도까지 범위를 넓힌다.

이 밖에도 외국인들을 모니터링해 접수한 불편사항을 해소하고, 지방자치단체별 수용 태세 개선 사업을 벌여 안심하고 관광할 수 있는 지역을 늘릴 예정이다.

차별화는 물론 VIP 유치에도 총력

관광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품격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꼭 가봐야 할 곳을 모은 ‘MSR(Must-See Routes)’ 테마 코스다. 해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쇼핑 코스부터 한류, 궁중문화 체험, 계절 명소, 예술과 문화, 기차여행, 뷰티투어, 럭셔리투어, DMZ 관광 등 독특한 콘텐츠를 반영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개별자유여행객(FIT)을 더욱 늘리고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다. 또 MSR 테마 코스를 기반으로 지자체, 유관기관, 민간 기업과 연계해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을 개발하고, 외국인이 즐겨 찾는 온라인 홍보 채널(구글, 바이두, 익스피디아 등)을 통해 한국 관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예정이다.

남들과 다른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VIP를 위해 ‘한국방문 우대카드’ 사업도 확장한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한국방문 우대카드는 구매력 높은 외국인 관광객을 선별해 차별화된 출입국 서비스와 방한 혜택을 주는 비자우대 제도로, 올해에는 발급 지역을 중국에서 아시아 전체로 넓힐 예정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한 홍보를 강화하고, 현지 유력 매체 언론인 초청 행사를 열 계획이다.


국가별로 맞춤형 홍보 실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점을 두고 있는 시장은 역시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방한 외국인 비율이 높은 곳이다. 특히 관광정보를 얻으려는 관광객의 행동 패턴이 변함에 따라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행사 정보를 편리하게 확인하고, 다양한 이벤트로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Weibo)와 포털업체 시나닷컴(sina.com)과 연계해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베이징과 시안의 여행사와 언론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파워블로거를 초청했다. 일본 시장은 엔저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항공사와 함께 홍보를 계속하고 에어텔 특가 상품이나 특가 운임도 내놓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중화권 시장과 동남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광고와 SNS 이벤트를 마련하고, 공식 후원사인 마스타카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강원도를 포함한 지방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K팝을 이용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쌍방향 문화 교류를 실현하는 ‘케이팝 페스티벌’도 화려하게 펼칠 예정


한국만의 쇼핑 잔치를 벌인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복궁 등 주요 명소 방문이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방문 동기 1위는 쇼핑(61.0%)이다. 음식·미식 탐방(41.3%), 자연 풍경(39.0%) 등을 압도한다. 쇼핑의 매력을 키워야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방문위는 해마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5회를 맞은 ‘2015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84일간 이어졌고, 큰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 호텔, 대형마트, 쇼핑몰, 공연기획사 등 135개 업체 2만8000여개 업소가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 참가했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할인 판매와 각종 이벤트, 기념품 등의 특별한 선물을 안겼다. 이경희 한국방문위 홍보팀장은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쇼핑 행사와 달리 한국의 볼거리, 즐길거리 등을 함께 소개해 쇼핑 외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축제”라고 설명했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스페셜 테마위크’다. 볼거리(must-see, 1월9~23일), 즐길거리(must-do, 1월24~2월7일), 살거리(must-buy, 2월8~22일)로 구분하고 기간별로 테마에 맞춰 차별화한 것이다. 기간별로 약 50%의 가격 할인 등이 적용됐다. 중국인의 경우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리아 그랜드 세일 기간에 맞춰 한국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지난 춘제 기간에는 백화점과 면세점, 마트 등 쇼핑업체들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집약해 코리아 그랜드 세일 살거리 기간을 준비하고 해외 프로모션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방문위는 쇼핑 관광객 증대를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해 ‘재팬 쇼핑 페스티벌’을 추진하는 일본쇼핑관광협회(JSTO)와 공동 프로모션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국 쇼핑관광 프로모션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의 이벤트를 홍보함으로써 쇼핑 관광객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다. 유럽, 미주 등 장거리 지역에서 프로모션을 벌일 때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여행지로 공동 홍보활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 다른 나라들이 배워가요”

단지 쇼핑만으로는 홍콩 메가세일 등 다른 나라의 유명 쇼핑 행사와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방문위는 쇼핑에 더해 한국만의 강점인 한류를 접목시켰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같은 한류체험 이벤트를 더해 흥미를 높인 것. 스타와의 만남, 무대인사, 팬 사인회 등으로 구성된 한류 페스티벌 입장권이나 K팝 가수를 만날 수 있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 기념 ‘서울가요대상 티켓’도 마련했다. 일정 액 이상 쓴 외국인에게 경품을 주는 ‘럭키박스 이벤트’ 등도 재미를 더했다.

행사 지역이 서울에만 머물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전국 6개 국제공항(인천, 김포, 양양, 김해, 청주, 제주)에서 외국인 관광객맞이 환영 행사를 열었다. 서울에만 몰리는 관광객의 지방 분산에도 기여한 것으로 한국방문위는 자체 평가하고 있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종종 해외 세일 행사와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이 생기고, 한류스타의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이미지가 강화됐다. 여기에 한국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까지 뒷받침되면서 한국 쇼핑관광의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쇼핑 여행지로서 갖고 있는 약점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입점 업체에 행사 참여나 할인 폭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를 받고 있다. 또한 편의점의 경우 직영을 제외한 대부분이 개인사업자여서 코리아 그랜드 세일 기간에도 업체들의 할인율에는 제약이 있다. 대체로 할인율이 비슷한 다른 나라의 쇼핑 행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국방문위는 풍부한 콘텐츠를 갖춰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경아 한국방문위원회 사무국장은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단기간에 이렇게 성장한 것을 참고하려고 홍콩관광청과 일본쇼핑관광협회 관계자가 찾아올 만큼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류체험 행사를 더욱 강화해 다채로움을 더하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마케팅까지 추가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축제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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