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현장 분석] 소림사 '무술경영'…1000만원 넘는 외국인 수련코스 수백명 몰려

입력 2015-02-24 07:00   수정 2015-12-02 15:48

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스포츠산업

MBA 출신 주지스님 혁신 앞장
소림사 '무술 파는 기업' 변신
무술 수행·계승에도 통 큰 투자

소림사 있는 인구 60만 덩펑市
연계 일자리 10만개 창출
한해 관광객만 1000만명
연매출 수천억 넘는 쿵푸학교
정식인가 받은 곳만 40여곳

中정부 소림축구 산업단지 조성
융복합 스포츠산업 육성 나서



[ 유정우 기자 ]
폭설이 내린 지난달 28일 중국 허난성 덩펑시 소림사.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버스 대열이 장사진을 이뤘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기념품 가게에서 쇼핑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소림사를 찾은 관광객은 총 700만명에 달한다. 지금은 방학이라 조용하지만 소림사 인근 덩펑 일대 무술학교에는 쿵푸를 배우려고 전국에서 모여든 학생 15만~20만명이 북적댄다. 1년치 수업료는 80만~200만원. 어림잡아도 무술학교들의 연매출이 1500억원을 넘는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전 교육과정을 갖춘 소림사 주변 민간 쿵푸학교는 40여개. 사설 학원 수는 파악조차 힘들다.

1982년 할리우드를 강타한 중국 영화 ?편으로 세계적 명소가 된 중국의 전통사찰 소림사는 전통과 돈벌이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관광과 결합한 ‘무술경영’으로 소림사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경영학 석사(MBA) 출신인 스융신 방장(주지)이 부임하면서부터다. 그의 무술경영, 쿵푸 마케팅으로 소림사는 누적관광객 1억명을 돌파했다. 불교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며 돈벌이에 혈안이 됐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소림사의 무술 경영은 꺾일 줄 모른다.

전통과 마케팅 공존하는 주식회사 소림사

난방 시설 하나 없는 소림사 내 사무실. 사찰 소개에 나선 스님의 입에서 나오는 뽀얀 입김이 선명하다. 소림사의 창건 배경과 역사적 가치, 주요 상징물을 설명하던 스님들은 “무술은 마음 수련의 일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폭설이 내린 널찍한 운동장 한쪽에선 100여명의 스님이 칼바람 속에서 무술 단련을 위해 눈을 치우고 있었다.

소림사의 승려는 모두 400여명. 6세부터 7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이들은 무술 수련과 수행을 병행하며 소림사의 역사와 전통, 무술 지도법 등을 계승하고 있다. 300여종에 이르는 소림 무술의 교육과 연구, 실습 등을 통해 무술 승계를 위한 연구개발(R&D) 역할을 겸하고 있다.

외국인 수련생들도 눈길을 끈다. 소림사엔 연간 800~1000명의 외국인 수련생이 무술지도를 받는다. 체험·단기·장기 등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잠자리(기숙사)와 식사가 포함된 매달 수업료는 100만원 수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지역 참가자가 가장 많고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한 학비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돈벌이는 전문회사의 몫이다. MBA 출신인 스융신 방장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홍콩 중뤼그룹과 덩펑시 정부가 합작해 만든 ‘강중뤼숭산소림문화관광유한회사’가 인근 관광단지 개발과 케이블카 운영, 기념품 사업과 라이선스 사업 등을 맡고 있다. 강중뤼는 관광객을 모집하는 등 시정부와 소림사 사이에서 각종 수익 사업을 펼치는 여행전문 회사다.

강중뤼가 벌어들인 수익금 중 30%는 소림사에 돌려준다. 소림사는 30%의 수익금과 시정부의 지원금 등을 문화유산 보호와 대외교류, 승려생활 등 사찰 운영의 기본 재원으로 사용한다. 승려와 일부 인원을 제외한 소림사 내 1300여명의 인력은 모두 강중뤼 직원이다. 전체 수익금은 공개하지 않지만 강중뤼가 소림사의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한 해 사용하는 금액은 3000만~5000만위안(약 52억5000만~87억6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업도시 덩펑, 창조형 교육·관광도시로

소림사가 있는 허난성 덩펑은 인구 60만명의 작은 도시다. 주요 산업은 비금속광물업으로 석탄 등 광물 매장량이 많아 예로부터 광업과 교역이 활발했다. 소림사가 중국 무예의 본산이자 국제적인 관광 명소로 뜨면서 덩펑 역시 무술과 관광으로 특화한 서비스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왕위민 덩펑시 관광국장은 “지난해 소림사 내방객은 700만명 수?rdquo;이라며 “덩펑의 전체 관광객이 1000만명가량이었으니 70% 정도는 소림사 때문에 찾아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덩펑 시내에 소림사와 연계된 일자리가 약 10만개”라며 “소림사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시 전체 재정의 약 20%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림사 인근 민간 무술학교의 성행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몫을 차지한다. 소림사 인근의 대표적인 민간학교인 소림전통문화중심의 경우 전국에서 모여든 학생 2만여명에 2000명 이상의 무술 지도자가 활동하고 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곳에선 5세부터 대학생까지 원스톱 교육이 가능하며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졸업 후엔 정규 학사 자격도 준다.

소림전통문화중심과 같은 덩펑의 민간 무술학교는 40여개. 시에 납부해야 할 세금 문제로 수련생 100명 미만의 소규모 민간 시설은 아예 공식 집계에도 포함되지 않을 만큼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소림 무술을 응용해 관광과 교육, 스포츠 산업을 융합한 복합단지 개발도 추진 중이다. 소림사 인근 약 330만㎡(약 100만평)에 조성 중인 ‘글로벌 소림축구 산업단지’다. 스포츠산업 육성 정책과 더불어 2017년까지 전국에 2만개의 축구특색학교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정책에 따른 후속 조치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덩펑=유정우 한경닷컴 기자 seey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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