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설 기자 ] “자동차 정비센터를 빨리 짓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답답합니다.”
24일 만난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수입차 업체 중 가장 큰 정비센터를 건설하려 했지만 무산될 위기에 처해서다.
사연은 이렇다. 2004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아우디는 매년 40% 가까이 성장해왔다.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자 아우디는 2013년 서울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에 3층 규모(연면적 1만9835㎡)의 정비센터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그해 9월 국토교통부는 해당 부지에 정비센터를 지어도 된다고 토지용도 변경을 해줬고 서초구도 건축허가를 내줬다. 아우디는 다음달 총 400억원이 들어가는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2013년 12월 공사장 주변 아파트에 살던 주민들이 “건축허가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작년 7월 “주차장 용지에 정비센터까지 짓는 것은 잘못”이라며 주민들 손을 들어줬다. 아우디가 공사를 절반 이상 진행한 때였다. 공사비 중 300억여원도 이미 투입했다. 아우디는 항소했지만 지난달 서울고등법원도 주민들 편에 섰다.
그래도 아우디는 서울시를 믿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작년 10월 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 시장은 내곡동에 ‘현장시장실’을 열어 “아우디 공장을 이전할 대체부지를 찾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후보지는 인근 원지동 세원마을이었다.
아우디는 “최선책은 아니더라도 정비센터를 지을 수만 있다면 원지동이라도 괜찮다”고 했다. 4개월 넘게 흘렀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마음 급한 아우디는 서울시에 계속 진행 사항을 묻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서울시 담당자는 기자에게 “원지동 해당 부지에 사는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싫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이 아우디에 약속한 적은 없고 허가를 내준 서초구청이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발뺌했다. 서초구청은 “시장이 해결한다고 했으니 지켜보고 있다”며 화살을 서울시로 돌렸다. “공사하라고 허가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선 다들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는 아우디 관계자의 말이 이유 있는 항변으로 들렸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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