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때문에 졸업을 미루는 ‘NG(no graduation·졸업유예)족’이 늘면서 대학들이 소위 ‘캠퍼스 모라토리엄’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늑장졸업생은 3년 사이에 2.2배나 늘었다. 학생 수가 정원보다 40%나 많은 곳도 있다.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루는 이유는 ‘부족한 스펙을 쌓기 위해’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등으로 다양하다. 이러다 졸업 유예가 아니라 인생 유예, 인생 NG(no good)가 될지 모른다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지만, 등록금이 없거나 싼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독일 교육장관이 “우리 애들은 대학에서 폭삭 삭아서 청춘을 다 보낸다”고 한탄할 정도다. 19세에 입학해 26세에 졸업하니까 보통 7년이다. 한 학과에 몇천명이 다니고 강의실과 세미나실, 도서관이 미어터진다. 16년 이상 다닌 학생이 230여명이나 되는 대학도 있다. 54년간 108학기째 등록한 70대 노인이 뉴스에 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강제 제적할 수도 없다.
‘유럽의 북극성’으로 꼽히는 복지 국가 스웨덴도 비슷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넘어 ‘태내(胎內)에서 천국까지’를 복지 표어로 내건 이 나라에서는 탁아소와 유치원·초·중·고·대학교·대학원까지 모두 무상이다. 왕자와 가난뱅이가 똑같이 아동수당을 받는 ‘보편적 복지’의 천국이다. 대신 세금도 많다. 한 달 소득이 30만원만 넘으면 누구나 30%의 지방소득세와 사회보장세를 낸다. 부가세도 25%에 달한다. 보통 근로자의 월급 절반인 46.4%가 세금이다. 우리(24.3%)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런데 이 나라의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이 23%나 된다. 우리나라의 3배 수준이다. 오죽하면 졸업 유예자들로 넘치는 대학 캠퍼스를 ‘실업자 공원’이라고 부를까. 취업난의 근본 원인은 일자리 부족과 함께 성역으로 여겨지는 최저임금 문제다. 미숙련 청년 노동자에게도 시간당 2만3000원의 최저임금을 줘야 하니 기업들이 청년 고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당연히 취업난과 청년실업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무상교육과 주택보조금, 청년실업 대책 등으로 젊은이의 자립을 돕는 복지천국에서 일어난 아이러니다.
사실 졸업유예족이니 캠퍼스 모라토리엄이니 늑장졸업족이니 하는 말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자리를 만드는 게 기업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이리저리 간섭하기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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