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뚫는 中企 신상품] 한국분체기계 'R&D 본능'…無결점 기술로 세계시장 진출

입력 2015-02-26 07:00  

대학들과 MOU 맺고 연구개발
초미립 분쇄 시스템 국산화 달성

0.01% 오차도 허용않는 고난도 기술
미국·일본 등 선진국으로 수출



[ 추가영 기자 ] 한국분체기계(대표 안태철)는 ‘초미립 분쇄 시스템’을 국산화한 데 이어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초미립 분쇄 시스템은 고체를 1000분의 1㎜ 이하 단위로 잘게 부수는 분쇄·분체기계다. 석유화학 식품 제약 비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쓰인다.

분쇄·분체기계 분야 후발국인 한국에서 기술개발의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화학연구원, 서울대, 한양대, 영남대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연구개발(R&D)을 꾸준히 진행해온 결과다.


1000분의 1㎜ 이하로 분쇄 가능

한국분체기계가 개발한 대표적인 분쇄기는 ‘마이크로 에어제트 밀’과 ‘마이크로 에어 클래시파이어 밀’이다. 이 제품들은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신소재 개발에 적용하고 있는 초미분(10㎛·1㎛=1000분의 1㎜) 이하인 서브마이크로미터 수준?분쇄·분체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이크로 에어제트 밀은 고속 공기 소용돌이와 고주파 압력 변동에 따른 진동을 이용해 초미분 입자를 얻는 장치다. 분쇄 시 발생하는 열을 신속하게 제거하기 위해 장치 내에 냉각팬도 집어넣었다. 섬유질, 탄성재료 등의 분쇄도 가능하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마이크로 에어 클래시파이어 밀은 분쇄와 분급이 동시에 이뤄지는 고효율 충격식 분쇄기다. 분쇄된 고체 입자를 입자 지름(입도)별로 나눠 다시 재분쇄할 수 있다.

저발열·저소음

안태철 한국분체기계 대표는 “마이크로 에어제트 밀과 마이크로 에어 클래시파이어 밀은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쇳가루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며 “분쇄기의 온도 상승을 줄였을 뿐 아니라 기계 내부 소음도 환경부 기준치를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쾌적한 분쇄·분체기계 조작 환경을 만들 수 있고 분쇄 후 유지·관리도 간편하다”고 덧붙였다.

분쇄·분체기계는 곡류, 해조류, 한약재, 설탕 등 식품이나 약재 생산·가공업종에서도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분쇄기에서 과도한 열이 발생하거나 산화가 일어나 분쇄 대상 물체가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는 것이 중요한 기술력이다.

한국분체기계가 생산하는 분쇄기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을 만족한다.

안 대표는 “향신료 등은 맛이나 향이 손실프?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분쇄하기 때문에 ‘웰빙’을 강조하는 요즘 트렌드에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폐목재나 나무껍질 등을 잘게 파쇄해 퇴비를 만들면 나뭇잎이나 풀과 비교할 수 없는 양질의 퇴비를 얻을 수 있다”며 “유기질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소더스트 머신(톱밥제조기)을 활용하면 농토를 살리고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무결점 제품 생산 지향”

분쇄·분체 기계는 화학, 석유화학, 금속분말, 2차전지소재, 식품, 제약, 화장품, 사료, 비료 등에서 산업용으로 주로 쓰인다. 안 대표는 “생산 및 조립 과정에서 0.01%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정밀한 가공능력이 필수”라며 “전체 임직원이 무결점 제품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외국 제품과 비슷하게만 만들어도 성공이라는 분위기가 국내 업계에 팽배했는데 치열한 연구개발로 이런 사고의 틀을 하나씩 깨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영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경쟁력은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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