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난청인구 120만명
보청기 착용률은 7% 불과
착한 가격·첨단 기술로
보청기 대중화 이끌어
[ 민지혜 기자 ] 국내 난청인구는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청각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고, 이 중 120만명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노년층은 물론 음악을 크게 듣는 젊은이들도 있다. 하지만 보청기 착용률은 난청 인구의 7%(한국리서치)밖에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덴마크는 난청 인구의 45%가량이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고, 영국 노르웨이는 30%대, 미국은 25%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34만원 보청기로 대중화 앞장
‘딜라이트’ 보청기는 난청인들이 쉽게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34만원짜리 보청기를 만들었다. 34만원은 보청기를 사면 주는 국가 보조금과 동일한 가격이다. 현재 국내 보청기 보조금은 기초생활 수급자면서 청각장애 복지카드를 소지한 사람에게 최대 34만원까지 지원해준다. 즉 저소득 난청인의 경우 국가 지원을 받아 보청기 ?무료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청기를 대중화하기 위해 만든 이 제품은 마치 기성복처럼 대, 중, 소로 나뉜 이어팁 중에 고를 수 있다. 비싼 맞춤복보다 저렴한 기성복을 택하듯, 세 가지로 나눠 한국인의 표준화된 크기 중에 고르게 한 것이다. 딜라이트는 이런 보급화 제품을 통해 2010년 중소기업 핵심기술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2012년엔 표준형 보청기 특허를 받았다.
2013년부터 미국 비영리기관인 B-Lab이 주는 사회공익 기여 기업 인증(B-Corp)을 2년 연속으로 받았다. 이 인증을 받으려면 기업의 지배구조, 근로여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총 네 가지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딜라이트는 특히 지역사회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B-Corp 인증기업 중 세계 상위 10%에 해당하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3차원 프린팅 기술로 맞춤형도 제작
딜라이트는 보청기의 고급화에도 힘쓰고 있다. 보청기를 사용하다 보면 본인의 귀에 딱 맞는 제품을 원하기 마련인데, 딜라이트가 만든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아주 정교하게 제작된 보청기를 사용할 수 있다. 3D 스캐너로 귀 모양을 정확하게 측정한 뒤 3D 프린터로 꼭 맞는 보청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에 손으로 제작하던 보청기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3D 기술을 이용하면 불량률도 줄이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딜라이트 관계자는 “3D 프린터가 비싸기 때문에 초기에는 비용 부담이 있었지만 맞춤 보청기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올라가면서 이를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며 “보청기 기술력을 더 키워나가기 위해 독일 보청기 전문기업인 한사톤(Hansaton)과 손잡았다”고 말했다. 한사톤은 60년 전통의 보청기 전문회사로, 보청기의 핵심부품인 칩에 들어가는 펌웨어를 설계, 개발, 디자인하고 있다. 딜라이트는 한사톤 제품의 국내 독점 판권을 갖고, 한사톤은 세계 최대 보청기 박람회(EUHA)에 딜라이트가 참가할 수 있도록 마케팅 지원을 할 예정이다.
대원제약 편입 후 사업 안정화
독일 기술 제휴와 함께 대원제약의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딜라이트는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2011년 5월 대원제약은 딜라이트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대원제약은 1958년 설립돼 현재 150여개의 치료제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상장회사로,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마케팅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딜라이트를 인수한 뒤 대원제약은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영업망을 확충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우선 딜라이트 보청기의 영업점을 확대했다. 보청기 특성상 고객이 직접 착용해봐야 하고 정기적으로 매장에 방문해 적응하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영업점을 늘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대원제약이 인수하기 전 2개였던 지점은 현재 19개로 늘어났다. 대원제약은 또 신제품 출시에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엔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30% 줄이고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미니 보청기’를 출시했다. 지난해엔 성능과 착용감을 높인 프리미엄 신제품 ‘혜음’을 내놨고 올해도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대원제약의 사회 공헌 활동과 맞물려 저소득층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을 하겠다는 딜라이트의 좋은 취지에 공감해 계열사로 편입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난청인들에게 좋은 보청기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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