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고리채 해결 위해 탄생
1990년대 정책자금 농가 연결
2000년대 농가 자산형성 기여
성장속도 금융권 최고
예수금 245조로 은행 1위보다 높아
전국 4578곳 탁월한 영업망 '강점'
실핏줄 전략으로 성장 진행중
서울에도 231곳 점포 있어
도시민도 준조합원 자격 얻으면 다양한 비과세 예금상품 가입
[ 조진형/고은이 기자 ]
서울에 사는 직장인 강종균 씨(37·가명)는 지난 23일 한 지역농협 지점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지난 설 명절에 고향인 전남 순천을 다녀온 직후였다. 고향에서 가족과 지인이 재테크 1순위로 꼽은 농협상호금융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평소 시중은행과 거래하다 보니 상호금융에 비과세 예금 상품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여윳돈 일부를 농협상호금융의 예금 상품에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촌의 ‘시중은행’
농협상호금융은 지역 농·축협의 금융사업을 일컫는다. 제2금융권 저축기관이면서 비영리 협동조합 금융기관이기도 하다. 시중은행에 익숙한 돕첫恝“?다소 낯설지만 농업인에겐 ‘주거래은행’이자 ‘재테크 창구’로 통한다. 시중은행을 찾기 어려운 읍·면 단위의 작은 농촌일수록 농협상호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 금융기관은 1969년 상호 부조 목적으로 도입됐다. 상호금융이란 말은 협동조합 구성원 간 상호 자금 융통을 통해 자금의 잉여와 부족을 자체 해결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과거 농촌에 만연했던 농민의 고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역농협에 금융사업을 허용한 것이다.
농협상호금융은 197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고금리 사채 시장을 대체해갔다. 1980~1990년대에는 상호부조적 자금 지원을 넘어 정부가 영농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자금을 농가에 연결해주는 ‘파이프라인’ 역할도 얹었다. 2000년대 본격적인 성장기를 거쳐 지금은 대표적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탁·펀드 자금이나 국민주택기금을 취급하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부터는 해외 송금도 허용됐다.
예수금 폭발적 증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농협상호금융의 성장 속도는 금융권 톱이다. 예수금 규모는 1990년 11조6003억원에서 2000년 76조9877억원, 2010년 195조6644억원으로 불어났다. 예수금은 최근까지 성장세가 이어져 지난해 말 기준 245조3852억원으로 늘었다. 대출금 규모도 2000년 49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168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5년 동안 시중 여유자금이 지속적으로 몰려든 것이다.
예수금 규모는 제2금융권은 물론 제1금융권을 통틀어서도 가장 크다. 시중은행 1위인 국민은행의 예수금은 232조원 수준이다. 농협상호금융은 시중은행과 달리 신탁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수금 격차는 더 벌어진다. 주진하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기획부 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토종 안전 금융기관으로 부각되면서 예수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상호금융은 예금자보호 안전장치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상호금융의 성장은 진행형이다. 국내 1위 영업망을 바탕으로 농업인뿐 아니라 도시민에게도 다가서고 있다. 전국 1151개 농·축협이 운영하는 상호금융 점포 수는 지난달 말 기준 4578곳에 이른다. 국민은행의 4배 수준이다. 울릉도를 비롯해 도서·산간 지역까지 없는 곳을 찾기 어렵다. 서울에도 231곳의 점포가 있다.
도시민도 가입 가능
상호금융의 최대 매력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이자소득세(14%) 비과세 혜택 상품을 다양하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민이라고 하더라도 인근 지역농협에 1000~1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준조합원 자격을 얻으면 농협상호금융의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농촌 인구는 줄어들고 있어도 농협상호금융의 예수금이 지속 불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농협상호금융은 2012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으로 농협은행과 분리됐다. 농협중앙회 신용 대표이사 산하의 사업본부에서 독립된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의 상호금융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 농·축협의 최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통합 관리하고, 신용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의 교육도 담당한다. 건전성 또한 제2금융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2.37%로 한 해 전 3.02%에서 큰 폭 개선됐다.
지난달부터 농협상호금융을 이끌고 있는 허식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는 “저금리 시대에 지역 농·축협의 예치자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한편 상호금융의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지역 단위에서 상호금융을 활성화해 지역금융종합센터 역할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진형/고은이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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