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주간지 레스프레소는 27일자 최신호에서 조지 펠 추기경이 담당하는 교황청 경제사무국이 출범 6개월 만에 50만유로(약 6억2000만 원)나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지출 항목은 컴퓨터, 프린터 등으로 대체로 합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성직자 예복 전문으로 유명한 가마렐리 재단사가 청구한 2508유로의 청구서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레스프레소는 경제사무국의 지출 내역이 주목을 받는 이유와 관련, 펠 추기경이 교황청 지출 내역을 면밀히 검토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어떤 잉여금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출신인 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십 년 동안 이탈리아 출신 인사들에 의해 방만하게 운영된 재정을 감독하기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펠 추기경은 특히 지난해 12월 "회계장부에 없는 자금 수억 유로를 발견했다"고 발표, 이탈리아인 위주의 바티칸 관료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펠 추기경이 적시한 자금은 장부에만 따로 기재가 안됐을 뿐 그동안 익히 알려진 바대로 재정 부족에 충당하기 위한 예비비였기 때문이다.
펠 추기경의 지출내역과 함께 그의 개혁 시도에 대한 추기경들의 불평을 담은 문건들도 이번에 함께 노출된 것은 명백히 그를 깎아 내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또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치하 말년에 불거진 바티칸 재정비리 폭로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스캔들은 베네딕토 교황의 집사가 교황청의 2인자(국무장관)인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을 낙마시키기 위해 교황의 사신 상당수를 언론에 흘리면서 불거졌다.
일부에서는 이후 베네딕토 교황의 사임 결정에 한 몫했다고 평가하는 문제의 문건들 때문에 바티칸 관료제의 기능장애와 정치적 모의가 백일하에 공개됐다.
이러한 상황은 바로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개혁의 임무를 띠고 선출된 배경이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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