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현장분석] 스포츠산업 빅데이터 활용 '걸음마'… 해법은

입력 2015-03-01 20:02  

●한경 주최… '스포츠 판 바꿀 빅데이터 시대' 좌담회
●네이글 교수 "빅리그 전무한 강정호, '깜짝' 발탁도 빅데이터 덕분"
●김종 차관 "400억 펀드 활용, 기술기업 창업 및 지원 등 적극 육성 할 것"




[유정우 기자] 최근 빅데이터에 대한 스포츠계의 관심이 높다. 단순 경기분석의 차원을 넘어 ICT(정보통신기술)와 결합한 스포츠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 빅데이터를 만난 스포츠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 일까(본지 2월 24일자 C1면 참조).

지난달 27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전문가를 초청, 글로벌 스포츠 시장의 빅데이터 현황과 성공사례 그리고 활용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진행된 좌담회에는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마크 네이글 사우스캐롤라이나대(미국) 교수, 프랭크 폰프 라발대(캐나다) 교수, 박대성 페이스북 전략담당 이사, 박영옥 한국스포츠개발원 스포츠산업실장 등이 참석했다.

○ 치열한 승부?현장... 빅데이터 활용 가치 커

관람 스포츠 상품의 인기는 공정한 경쟁과 박진감 넘치는 승부에서 나온다. 마크 네이글 교수는 "빅데이터는 NBA(美프로농구)나 MLB(美프로야구)에서 3점 슈터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어떤 선수를 유격수로 써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며 "빅데이터는 과거 5-10년 주기로 일어나던 전술적 이슈를 1-2년으로 단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가 구단 수익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폰스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주요 프로 구단들은 선수의 운동능력과 심리적 정보 등이 담긴 빅데이터를 이용해 필요한 선수를 발굴, 영입하는 추세"라며 "구단의 가장 큰 지출원인 선수 인건비의 효율적인 사용이 경영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깜짝' 스카우트된 강정호 스토리의 이면에도 빅데이터는 위력을 발휘했다. 네이글 교수는 "피츠버그가 빅리그 경험이 전무한 강정호에게 약 1,6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은 오랜 시간 축적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순 통계와 빅데이터 활용의 차이는 뭘까. 김종 차관은 "객관적 수치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접근법이란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며 "1980-90년대에도 통계 분석은 존재했지만 이제 하루에 수만 건씩 쏟아지는 각종 데이터 가운데 소비자 중심의 핵심 데이터는 무엇이고, 어떤 처리 기술로, 얼마나 빠르게 기호와 성향을 예측해 내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臥耽活?이어 "빅데이터 처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며 "빅데이터는 스포츠산업 전체 파이를 키울수 있고, 특히 스포츠마케팅 분야에서 기업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내는 '걸음마'... 활용 전략 마련과 처리 기술 개발 등 시급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확산에 맞춰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마케팅 측면의 빅데이터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대성 이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기간 중 2억2천만명이 페이스북 내 관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고 10억건 이상의 댓글을 생성했다"며 "스포츠 마케팅 측면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레저나 스포츠 참여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활용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정보보호 규제가 스포츠 빅데이터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폰스 교수는 "지난친 개인 정보보호 정책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얻은 각종 정보의 가치와 활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스포츠게임과 같은 다양한 부가상품 개발 등 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턱없이 부족한 국내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들어냈다. 박영옥 실장은 "수용자든 공급자든 국내 여건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빅데이터는 방대한 자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기술력이 핵심"이라며 "최근 스마트폰과 각종 개인용 기기가 급속하게 활성화 되고 있는 시장 흐름으로 볼 때 빅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기술기업 육성 전략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처리기술을 융합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인 사례도 소개됐다. 네이글 교수는 "나이키는 10여년 간 확보한 700만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런닝화 연매출을 30% 이상 끌어 올렸다"며 "조깅을 즐기는 소비자는 음악과 게임을 좋아하고 스마트 기기에 적극적이라는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애플과 손잡고 조깅화와 스마트폰을 연동시켜 만든 나이키 플러스(NIKE+)도 빅데이터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구상도 제시됐다. 김종 차관은 "스포츠 참여자 개인의 신체활동 이력과 체력수준, 건강기록 정보 등 데이터는 다양한 기술기업 창업과 서비스 확장으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정부가 구축한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해 활용도를 높이고 스포츠 활동지수 PFI(Physical Fitness Index) 개발을 중심으로 올해 실시하는 400억 펀드 등을 활용, 향후 2~3년 내 빅데이터 측정시스템과 정보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기술지원 사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정우 문화레저 파트장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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