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이 최근 국내에 남성 전문매장을 열었다. 알렉산더 맥퀸은 그동안 여성 의류와 액세서리 위주였고, 남성복은 몇몇 편집매장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영국 특유의 정확한 브리티시 테일러링, 프랑스의 정교한 장인정신, 이탈리아의 완벽한 마감 처리까지 다양한 미덕을 갖춘 이 브랜드의 남성복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이 브랜드는 천재 디자이너로 일컬어지는 알렉산더 맥퀸(1969~2010)이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 맥퀸이 마흔 살의 나이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이후에는 오랫동안 그와 함께 일해 온 사라 버튼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이어받아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구찌’ 등을 보유한 명품그룹 케어링 소속으로 세계 50여개국에 진출했다.
알렉산더 맥퀸은 혁신적이면서 감성적인, 이와 동시에 타협하지 않는 도발적인 패션으로 일명 ‘브리티시 쿠튀르의 대명사’로 불린다. 이 브랜드의 핵심은 서로 대조되는 요소들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약함과 강함, 전통과 현대, 유동성과 엄격함을 대비하는 것이다.
알렉산더 맥퀸의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을 보면, 가늘고 긴 슬림 코트의 깃과 주머니 아랫부분을 절개해 선명한 붉은색 안감이 보이도록 재단한 옷들이 등장했다. 슈트는 안감이 아예 없거나 절반만 부착한 형태이며, 가벼운 어깨 패드로 약간의 구조적인 느낌만 줬다. 코트와 필드 재킷 위에 조끼를 입는가 하면, 반바지 아래에 레깅스를 착용한 효과를 주는 블랙 앤드 화이트 컬러 블록의 무릎까지 오는 하이 니 삭스를 입는 등 레이어링(겹쳐입기) 효과를 더했다. 실물과 같은 정도의 철저한 사실적 묘사를 통한 눈속임 효과, 일명 ‘트롱프 뢰유(Trompe l’oeil)’ 기법이 사용된 것이란 설명이다.
추상적인 가부키 패턴이 컬렉션 전반에 걸쳐 사용된 점도 특징이다. 가부키에 하운드 투스(Houndstooth), 버즈 아이(Birdseye), 프린스 오브 웨일즈(Prince of Wales) 같은 다양한 체크무늬를 결합해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의상을 비대칭적으로 배치하거나 단일 컬러 블록을 사용한 옷도 많이 볼 수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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