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같은 듯 다른 韓·美 '회전문 인사'

입력 2015-03-02 20:34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 이심기 기자 ] “한국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며칠 전 한 모임에서 한국과 미국의 같은 듯 다른 인사가 비교되면서 화제가 됐다. 그중 하나는 제이 카니 전 백악관 대변인의 전직(轉職)이다. 3년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핵심 참모인 그가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으로 옮긴 것이다. 또 다른 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좌하던 임재현 전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구글코리아에 새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직급도 부사장으로 같고, 직책도 정책부문을 총괄하는 자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외신들은 카니의 임무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차질이 예상되는 아마존의 드론 택배 사업을 해결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 전 실장도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이용 수입에 대한 세금인 ‘구글세’를 푸는 일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참석자는 “정부 요직에 있던 인사를 민간이 활용하는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지만 별다른 비판 여론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퇴직 관료의 민간기업 취업을 금지하고 逞?않다. 불법 로비를 하는지 사후 규제만 있을 뿐이다. 카니도 백악관을 떠난 지 1년이 안됐다.

한국은 다르다. 이달부터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돼 퇴직 공직자의 민간기업 취업제한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임 전 실장은 공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이런 이유로 한 공무원은 “임 전 실장도 관료가 아닌 민간 출신이긴 하지만 외국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으로 간다면 분위기가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여론도 비판적이지 않고 전직 제한 규정도 느슨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말 공직자윤리위가 발표한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민간기업 1만3586곳 중에서도 구글코리아는 빠져 있다.

“이제 다국적 기업들이 유능하고 경험 많은 엘리트 관료들을 모셔가는 일이 늘겠군요. 중소기업 적합업종처럼 대기업의 진입을 막았더니 외국 기업들이 공공조달 시장에 대거 들어왔던 전례가 있지 않습니까.” 이날 모임의 결론이었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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