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의 대변신…판매 활로 찾는 출판계

입력 2015-03-02 20:56   수정 2015-03-03 04:08

디자인 확 바꾸고…전자책 출간하고…가격 할인까지

펭귄클래식, 디자인 바꾼 '셰익스피어 4대 비극' 3000부 팔려
열린책들, 앱으로 전자책 염가 보급…민음사, 정가 40% 낮춰



[ 박상익 기자 ] 활력을 잃어가던 세계문학전집 시장이 최근 감각적인 새 디자인과 전자책의 확산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애서가들이 두껍고 고급스러운 양장본을 부담스럽게 느끼자 출판사들이 일반 단행본보다 작고, 책값이 30~40%가량 싼 ‘페이퍼백(책 표지를 종이 한 장으로 만든 포켓판)’을 내놓는 추세다. 주황색 표지, 박스 세트, 3단 디자인, 단양장본 등 형태도 여러 가지다.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 도입에 따라 책값을 다시 매기는 재정가(再定價)를 통해 가격이 낮아진 사례도 나타났다.

펭귄클래식코리아가 2008년부터 내놓은 펭귄클래식 ‘블랙판’은 검정 표지 디자인으로 세계문학전집 마케팅을 벌인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출판사는 2013년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펭귄클래식 고유의 ‘3단 디자인’으로 제작해 큰 호응을 얻었다. 감각적인 주황색 표지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4월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박스 세트로 내놓았다. 이 책은 3000세트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셰익스피어 같은 대문호의 작품은 이미 많이 팔렸지만 저렴한 책값과 눈에 띄는 디자인 덕분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이영미 펭귄클래식코리아 대표는 “아름답고 품위 있는 책을 만들면 독자들이 찾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책날개와 면지 등을 과감히 없애 가격을 낮춘 점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펭귄클래식코리아는 기존 블랙판 중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7권을 새로 디자인해 편집한 ‘마카롱 시리즈’를 이달 초 출간한다. 기존의 3단 디자인을 더욱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해외 소설을 맡고 있는 최원호 MD는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 이미 해당 작품을 갖고 있으면서도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다시 구입하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독자들은 세계문학전집을 전자책으로 즐기고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은 2013년부터 세계문학 작품을 자사 애플리케이션으로 판매해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성열 열린책들 마케팅팀 대리는 “주로 20~40대 독자들이 세계문학전집을 두꺼운 종이책 대신 전자책으로 소장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종이책 못지않은 편집이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세계문학전집을 내고 있는 문학동네는 출간 당시부터 같은 작품을 양장본과 반양장본 두 가지로 펴내 독자들이 취향에 맞게 책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예전처럼 전집 전질을 사는 사람은 줄었지만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어 소장하는 독자는 꾸준히 늘고 獵?rdquo;고 말했다. 민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세계문학전집 300권 세트를 187만2000원에 판매한다. 정가는 297만7500원(반양장)이지만 도서 재정가제를 활용해 40% 가까이 값을 낮췄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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