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진 '스팩 합병' 이유있었네…"지정감사제 피하자"

입력 2015-03-03 14:42   수정 2015-03-03 14:47

[ 노정동 기자 ] 이달 안에 합병 결의해야 '신속 상장' 가능
우량 비상장사 흡수합병 가능성 있는 스팩 주목해야


이달 들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스팩 우회상장 시 피합병법인의 지정감사를 피할 수 있는 기한이 이달로 끝나기 때문이다.

스팩이란 비상장기업을 인수·합병(M&A)해 우회상장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상장 후 3년 안에 합병회사를 찾지 못하면 해산된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케이비제3호스팩은 전날 바이오업체인 프로스테믹스와 1대2.68 비율로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9월30일 상장한 케이비제3호스팩은 약 다섯달 만에 합병에 성공하게 됐다.

하나머스트3호스팩도 짝을 찾았다. 하나머스트3호스팩도 전날 사용자제작콘텐츠(UCC) 공급 업체인 판도라TV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판도라TV는 이로써 최초의 코넥스 스팩 합병 기업이 됐다.

이달 들어 스팩 합병 결의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6월 개정된 외감법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외감법 개정을 통해 스팩에 흡수합병되는 법인도 지정감사제를 받도록 했다.

지정감사제란 금융당국이 외감기업들에 특정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로, 일반 외부 감사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통해 실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만 최소 2~3개월이 걸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정감사제도가 스팩의 최대 장점인 '빠른 상장'을 어렵게 만들어 오랜 만에 찾아온 '스팩 열기'를 냉각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4월 상장한 케이비제2호스팩은 불과 한달 만에 케이사인과 합병에 성공하는 등 신속한 상장이 지난해 '스팩 열풍'의 밑거름이어서다.

당초 올해부터 스팩과 합병할 법인은 지정감사를 받아야 했지만 금융당국은 오는 3월까지 시행을 유예했다. 12월 결산법인을 기준으로 1분기 결산자료를 낼 수 있는 시기가 적어도 4월 초부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는 4월부터 스팩과 합병할 법인도 1분기 결산부터 지정감사제를 적용한 회계 자료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안에 합병을 신청하는 스팩이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4월부터는 지정감사제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이달 안에 합병 결의를 신청하는 스팩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피합병법인의 기업가치에 따라 단기간에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도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장된 스팩 중 합병 대상을 찾고 있는 스팩은 우리스팩3호, 신한2호스팩, 대우스팩2호, 현대에이블스팩1호, 케이비제4호스팩, 유안타제1호스팩, IBK에스제2호스팩, 케이티비스팩1호, 하이제2호스팩, 한국제2호스팩, 동부제2호스팩, 하나머스트2호스팩, 우리SL스팩, 엘아이지스팩2호, 케이비제5호스팩, 교보3호스팩, 현대드림제2호스팩, 케이비제6호스팩, 엔에이치스팩2호 등 총 19개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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