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직장인 '북적'…서울대앞 '샤로수길' 뜬다

입력 2015-03-03 21:20   수정 2015-03-04 04:05

가격 저렴·이국적 분위기
상가 권리금 5년새 두 배 '껑충'



[ 이현동 기자 ]
지난 2일 오후 서울 관악구청 맞은편 골목에 있는 와인바 ‘와인창고 잡’. 26개 좌석은 개강을 맞은 대학생들로 만석이었다. 인근 하우스 맥주집인 코너 탭하우스는 ‘피맥(피자+맥주)’을 먹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로 붐볐다. 군데군데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거리인 관악 14로는 요즘 ‘샤로수길’로 불린다. 서울대 정문에 있는 국립 서울대를 상징하는 조형물 모양의 ‘샤’자와 ‘가로수길’의 합성어로 300m 남짓한 골목에 수제 버거집, 와인바, 남미 음식점, 북카페 등 작은 규모의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붙은 이름이다. 모텔 세탁소 미용실 등으로 가득했던 ‘허름한’ 골목이 젊은이들이 찾는 ‘작지만 강한 상권’으로 바뀌고 있는 것.

샤로수길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과 한적한 분위기다. 직장인 이창희 씨는 “부담 없는 가격에 홍대, 이태원 못지 않은 이국적?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한잔하기 좋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퇴근길에 가볍게 들르는 직장인이 많아 주말 못지않게 평일 저녁에도 붐빈다. 이곳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데라오카 히사코도 “블로그를 보고 찾아왔는데 명동 등 관광객이 붐비는 곳보다 상업화된 느낌이 적어서 좋다”고 했다.

상권이 뜨면서 상가 매매가와 권리금도 덩달아 뛰었다. 2010년 권리금 2000만~3000만원이었던 곳이 올해는 6000만~7000만원대로 올랐다. 1억원을 넘어선 곳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평당 매매가도 1000만원 초반에서 2000만원대로 40%가량 올랐다.

이광석 대우부동산 대표는 “독특한 콘셉트의 술집이나 외국 음식점 입점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샤로수길 상권은 인근 낙성대역, 봉천역 등 주변부로 확장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샤로수길 주변은 과거 ‘모텔촌’이었으나 요즘은 20~30대 미혼 직장인을 겨냥한 ‘원룸촌’으로 바뀌고 있다. 강남 일대를 지하철로 10~20분이면 갈 수 있는 데다 임차료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황인 관악구청 건축1팀 팀장은 “지난해 모텔 허가 신청은 전무한 반면 모텔을 원룸으로 용도변경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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