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 사업' 전락한 민간발전] '블랙아웃' 공포에 LNG발전소 허가 남발…적자 보는 곳 수두룩

입력 2015-03-04 20:44   수정 2015-03-05 08:59

가동률 3년째 미끄럼
작년에만 13개 건설…과잉 설비에 수익 악화

투자비 회수도 어려워
정산요금 14년째 그대로…전력도매가도 지속 하락



[ 박영태 기자 ] 경기 포천시에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A사는 최근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가 애를 먹고 있다. 발전설비 과잉 등으로 민간 발전소의 미래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어서다. SK E&S가 지난해 오성천연가스발전소 등 3개 발전소를 하나대투증권 프로젝트 펀드에 1조1300억원에 매각한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가동률이 떨어질수록 민간 발전사업자의 자금줄이 조여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발전소 사업 투자는 연 7%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것이라는 인식이 컸으나 최근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투자 분위기가 급랭했다”고 말했다.


무더기 적자 위기

민간 LNG발전소 가동률은 3년째 미끄럼을 타는 중이다. 2012년 64.6%였던 가동률은 지난해 51.4%로 떨어졌다. 올해는 40% 초반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11년 대毒?정전사태 이후 정부가 무더기로 발전소를 늘린 탓이다. 지난해에는 안동복합발전소 등 13개가 문을 열었고 올해도 동두천복합발전소 등 6개 LNG발전소가 가동된다.

발전소가 늘면서 설비예비율도 치솟고 있다. 2013년 7.5%에 그쳤던 발전 설비예비율은 지난해 16.3%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21.2%, 2020년엔 30.5%에 이를 전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휴 발전설비가 늘어나게 된다.

개점 휴업 상태인 발전소가 많아지면서 발전사들의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B사는 인천 지역에 1200메가와트(㎿)급 LNG복합발전소를 1조원을 투자해 건설했으나 가동 3년 만인 지난해 1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수명이 20년을 넘는 발전소가 고작 2, 3년 만에 적자를 낼 정도로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설비 과잉 악순환이 화근

정부는 2013년 제6차 전력수급계획을 세우면서 2023년까지 LNG발전소 8.2기가와트(GW), 원자력발전소 12.8GW, 석탄발전소는 20.9GW를 신설하기로 했다. 1GW는 190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이다. 내년에 GS동해전력이 1190㎿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민간과 발전 자회사의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2011년 6.2GW에서 지난해 15.9GW로 2배 이상 확대된 예비발전 설비용량이 내년부터 더 빠르게 늘어나게 된다. 설비 과잉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수력, 원자력, 석탄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낮은 민간 LNG발전소 가동률은 급속히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LNG발전소는 원자력 등 발전 원가가 낮은 발전소를 먼저 가동한 뒤 모자라는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h당 발전 단가(변동비 기준)는 원자력이 5원, 석탄은 40원이지만 LNG는 120원으로 석탄보다 3배 이상 높다. 민간발전협회는 2020년에는 민간 LNG발전소의 가동률이 1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 발전소 지원도 태부족

정부는 가동이 불규칙한 LNG발전소에 투자비의 일부분을 보전해주는 용량정산요금(CP)을 준다. 하지만 2001년 처음 도입한 이후 ㎾h당 7.46원인 CP가 14년째 동결 상태다. 한전이 CP를 인상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LNG발전소 투자비는 ㎾당 114만원(2013년 기준)으로 2002년보다 2배 높아지는 등 투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력 도매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민간 발전사들의 수익 기반을 흔드는 요인이다. 전력도매가격은 1㎾h 기준으로 2012년 160원이었으나 2013년 152원, 지난해 142원으로 하락했다. 업계는 올해는 ㎾h당 1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 생산 단가가 낮은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이 늘고 있어서다.

김광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기업들이 사업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우후죽순으로 발전사업에 뛰어든 것도 잘못이지만 정부가 과도하게 허가를 내준 잘못이 크다”며 “발전사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CP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설비예비율

전력수요량 대비 초과 전력공급량 비율. 예기치 못한 발전소 가동 사고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정부가 예상 전력 수요보다 많은 생산설비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국내 설비예비율은 16.3%였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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