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학과제 폐지를 골자로 한 중앙대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은 필요 전공 신설, 통폐합과 인원 조정 등의 유연성 확보가 핵심 의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중앙대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공한 이 대학 본부의 학생 대상 설명회 녹취록에 따르면, 이찬규 교무처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학과가 갖는 폐쇄성 때문에 새로운 전공을 만들기가 어려워 전공선택제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일 서울캠퍼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설명회에 참석한 이 처장은 올해 중앙대가 신설한 산업보안학과를 ‘전공유연성’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는 “정부가 많이 지원해주는 학과로, 소위 중앙대보다 좋다는 대학에 (정부가) 학과 개설을 제안했는데 해당 대학에서 받아들이지 못했다. (학과 반대로) 정원 40명을 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학사구조 개편안에서 제시한 전공선택제 방향으로 가야 개별 학과를 넘어 대학 전체가 유연성을 확보해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공 선택의 자유, 융복합 학문 활성화 등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교육실험’이 중앙대가 밝힌 공식 취지. 그러나 일각에선 노동유연성과 유사한 전공유연성 확보를 위한 기업식 구조조정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대학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항변이다.
실제로 학교 측이 대안으로 내놓은 계열별 총 정원제는 단과대학 단위로 운영된다. 단과대 내 학과 정원이 고정돼 있지 않아 기존 학과제에 비해 전공 규모를 줄이거나 늘리는 유동성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좀 더 자유롭게 인력 수요와 정부 지원이 확보되는 전공을 개설·증원하거나 취업률 또는 학생 선호도가 떨어지는 기초학문, 비인기학과 전공 인원을 감축·폐지할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처장은 “좋은 학교가 되면 인기학과·비인기학과 구분이 필요 없다. 하버드대 같은 곳에서 비인기학과라 해서 없어진 적 있느냐”며 “비인기학과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그런 의도라면 예전처럼 실적 안 좋은 학과를 없애는 게 더 손쉬운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이용구 총장도 “교수와 학생들이 학과 틀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 학과제의 폐단을 절실히 느꼈다”면서 “이젠 그 시대가 아니다. 다방면에서 융합적 연구를 하는 게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학교 학과제 참으로 문제 많다. 학과를 없애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학내에선 밀실·졸속행정이란 절차적 문제 제기와 함께 이미 실패한 학부제 실험을 되풀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반발이 커지는 상황. 그러나 학교 측은 백지화나 원점 재검토 없이 큰 틀에서 현재 개편 횬?밀고 나간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이 총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학사구조 개편안의 기본틀을 그대로 유지해 추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부터 시행해 가면서 보완할 수 있다. 대신 세부 사항에 대해선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중앙대 교수대표 비대위는 성명을 내고 총장 불신임 운동 전개와 동시에 대학 본부가 현재 개편안을 밀어붙일 경우 즉시 법적 대응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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