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이 기자 ] ‘노후 의탁’(1960년대) ‘키우는 재미’(1980년대) ‘교육과 투자 대상’(2000년 이후).
한국에서 자녀의 가치는 시대에 따라 이렇게 변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일 내놓은 ‘출산 및 양육의 사회문화적 환경분석’ 보고서에서 분석한 결과다. 보사연은 자녀 가치의 변화가 몇 년째 이어지는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1960~70년대 한국에서 자녀는 노후 의탁과 세대 계승이란 가치를 가졌다. 1964년 한 조사에서 ‘자녀가 꼭 있어야 할 이유’ 문항에 대한 응답으로 ‘늙은 후 의탁’이 62%, ‘가문 계승’이 28%였다.
전통적인 자녀 가치는 1980년대 들어 급속도로 쇠락한다. 1979년 시행한 자녀의 의미를 묻는 조사에서 ‘키우는 재미’라는 항목이 등장했다. 이후 “아이가 사랑스럽다” “잔재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1990년대를 지나며 이런 정서적 만족감은 다른 가치에 눌려버렸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아낌없는 교육 투자, 양육의 육체적 고통, 양육비 부담 같은 경제적 가치다. 부부는 서로에게 자녀교육에 헌신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심한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박종서 보사연 연구위원은 “지금은 교육과 투자 대상으로서의 자녀 가치가 매우 강력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자녀 가치가 가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저출산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부모들이 도덕적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위원은 “기존의 저출산 인식 개선 사업에서 중점을 뒀던 계몽적 가치관 교육보다는 가족의 부양 부담을 줄이고 개인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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