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을 두고 치열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간통죄 위헌 결정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가정 깨는 역할했다”
헌법재판소는 “간통죄 처벌규정이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성(性)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하고 처벌의 실효성도 의심되는 만큼 간통죄 자체가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세계적으로 간통죄가 폐지되고 있는 가운데 간통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더 이상 일치하지 않는다”며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대만과 일부 이슬람국가를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 게 간통죄인 만큼 늦었지만 없애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도 간통죄가 가정을 지키기보다는 오히려 가정을 깨는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위헌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있다. 변호사 S씨는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이혼을 했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야 하는데 이 같은 요건 때문에 간통을 저지른 것을 후회하다가도 이혼 소송이 제기되면 실제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며 간통죄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재결합을 완전히 단절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간통죄의 실효성 측면에서 폐지에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간통죄의 실형 비율은 1%도 되지 않는 만큼 이미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간통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것과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Y씨는 “간통은 부부사이에서 도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법으로 처벌하다 보면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결국 원수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 반대 “성도덕 붕괴로 혼인제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간통죄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재판관은 “간통죄 처벌 규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간통죄 위헌 결정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간통죄는 혼인제도 근간이며 그나마 간통죄라도 있어서 부정과 불륜이 어느 정도 억제됐는데 이마저도 사라지게 된다면 가정 해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림단체인 성균관은 “간통은 법뿐만 아니라 역사를 통해서도 금기시된 행위며 세계 어느라에서도 부도덕한 행위로 규정돼 왔다”며 “그동안 논란이 많던 간통죄가 호주제 페지 이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돼 1000만 유림은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균관은 “간통죄가 비록 개인의 인격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부분 등의 이유로 위헌이 결정됐다 하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 즉 삼강오륜의 도덕윤리 사상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없어진 데 이어 간통죄까지 위헌이 됐으니 이러다가는 나라 전체의 성도덕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개탄하기도 한다. 특히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도 위헌심사가 예정돼 있는데 이것마저 폐지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성도덕이 문란해질 수 있고 여성보호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 생각하기 “간통에 대한 윤리적 비난과 형벌로 다스려야 하는지의 판단은 별개”
간통죄 폐지 찬반 논란과 관련해 가장 많이 생기고 있는 혼동은 간통죄 위헌이 마치 간통 허용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간통죄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간통죄에 대해 징역이라는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이 위헌이라는 것이지 간통 자체에 면죄부를 준 것은 결코 아니다. 그동안 몇 차례 헌재에서 위헌 여부가 논란이 됐던 것도 꼭 형벌로 다스릴 필요가 있느냐는 게 초점이었다. 어차피 사적인 부부관계 문제이고 어차피 이혼할 것이라면 재판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다투게 되는데 굳이 실형을 살도록 하는 게 옳으냐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간통죄 법규가 있었어도 간통사건은 끊이지 않았고 가정이나 여성을 지키는 보루가 되지도 못했던 게 사실이다. 또 현실적으로 간통사건에서 실형을 사는 경우가 1% 정도라는 이야기는 법원도 이미 간통죄 폐지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간통죄 폐지로 간통을 이유로 이혼했을 시 위자료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간통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점에서 헌재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 아니었나 싶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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