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서민금융 서비스가 갖춰야 할 덕목

입력 2015-03-06 20:39   수정 2015-03-07 04:32

"팍팍한 서민경제 불어나는 악성빚
저리자금 지원, 채무조정에 앞서
가계별 맞춤 통합지원체제 갖춰야"

김윤영 <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yoonkim@ccrs.or.kr >



한 유명 취업포털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2명 중 1명이 평균 2800만원의 빚을 안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청년 실업과 청년 신용불량자를 더해 만든 ‘청년실신’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슬픈 현실을 반영한다.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생계도 유지해야 하는데 취업문은 좁기만 하니 이들의 아픔이 예사롭지 않다.

청년층만 빚에 짓눌려 사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작년 1089조원에 이른다. 2002년 465조원이던 가계부채가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평균 부채는 5994만원이다. 더 큰 문제는 부채의 악성화다.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대부업체 등 초고금리 대출 비중이 커졌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이 은행권에서 끌어오는 차입은 13%에서 10%로 하락했으며, 카드론, 캐피털, 대부업체 등 높은 금리의 차입 규모는 24%에서 27%로 커졌다.

이런 추세라면 빚을 갚지 못求?가계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한계가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부채상환부담률이 40%를 넘는 가계부채 고위험군은 234만가구에 이른다.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의 19.4%, 전체 가구의 12.7%다. 부채상환부담률은 1년간 가처분소득 중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마디로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지경에 몰린 가구가 많으며 이로 인해 파산, 가정파괴, 자살 같은 2차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가계경제를 구제하기 위해 각종 금융지원책을 내놓았지만 큰 성과는 없다. 미소금융, 햇살론 등 다양한 서민금융상품에 9조원가량을 지원했고, 신용회복위원회는 지금까지 과다채무자 120여만명의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하지만 금융지원에 따른 서민경제 회복 추세는 보이지 않는다.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 파이낸스 기관인 프랑스의 ADIE, 미국의 ACCION, 인도의 SKS만 하더라도 성공적인 서민금융정책을 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대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후 관리를 통해서 차입자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속 제공해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의 77%가 3년 이상 영업을 지속하도록 돕고 있다.

그렇다면 ADIE 등과 비슷한 성격의 미소금융, 햇살론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민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기관이 제각각인 것은 물론 제도마다 자격요건과 대출한도, 금리가 다르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개인회생제도같이 좋은 제도를 악용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명품 사려고 신용카드와 제2금융권 대출을 최대한도로 쓰고 고의로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수입과 재산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돌려놓고 개인회생 신청?한 뒤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다’는 등 재산과 소득 일부를 누락해 신청하는 사례가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체계적인 서민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분산돼 있던 신용회복위원회, 미소금융중앙재단, 국민행복기금 세 곳을 하반기에 서민금융진흥원으로 통합 운영한다. 부채에 시달리는 서민가계를 위한 맞춤 지원부터 종합상담까지 원스톱으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서민경제의 위기는 곧 나라의 위기다. 이미 여러 형태로 우리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동전 환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안방의 빨간 돼지저금통을 깨 동전까지 박박 긁어모으지 않으면 힘들 정도로 서민경제가 팍팍해졌다는 뜻이다. 새로 출범할 서민금융진흥원이 희망의 길잡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

김윤영 <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yoonkim@ccr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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