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 하먼의 아들 새 코치로 맞아 샷 감각 살아나
박인비, 3타 줄여 9언더파…이틀 연속 공동 선두
[ 한은구 기자 ]
‘여자 타이거 우즈’로 불렸던 청야니(대만·사진). 2011년 2월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2013년 3월까지 109주 동안 ‘골프 여제’로 군림했다가 갑작스레 슬럼프에 빠지며 시야에서 사라졌던 청야니가 올해 재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주 혼다타일랜드에서 공동 2위에 오른 덕에 세계랭킹이 90위에서 67위로 23계단 뛰어올랐다.
청야니는 싱가포르 멘토사GC 세라퐁코스(파72)에서 열리고 있는 HSBC위민스챔피언스 첫날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선두에 나섰다. 6일 열린 2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주춤하며 합계 3언더파 213타로 공동 17위로 밀렸으나 청야니는 상당한 자신감을 되찾은 듯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플레이를 펼쳤다.
◆지나친 정신적 압박으로 슬럼프
2008년 미국 투어에 데뷔한 청야니는 2010년부터 2012년 3월까지 13승을 올리며 투어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2011년엔 22세6개월8일의 나이로 타이거 우즈(미국)가 보유한 최연소 메이저대회 5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2012년 시즌 초반 5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둘 때만 해도 투어에서 더 이상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잇달아 커트 탈락을 하며 믿을 수 없이 추락했다. 그해 US여자오픈에서는 9개홀에서 43타, 45타를 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슬럼프의 원인은 과도한 정신적 압박이었다. 청야니는 당시 “내 앞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목표를 설정하기가 힘들었다”며 은퇴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대만 팬들의 지나친 관심도 부담이었다. 성적이 떨어진 뒤 그는 대만에 가려 하지 않았다. 어딜 가나 왜 성적이 떨어졌느냐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두려워했다. 청야니는 “대만에 자주 가지 않고 미국에 숨어 있었다”고 했을 정도였다.
청야니는 ‘멘토’인 소렌스탐이 살던 집을 구입할 정도로 ‘넘버 원’을 갈망했다. 그의 집에는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넣을 수 있는 ‘붙박이 트로피룸’이 있다. 다른 자리는 다 채웠으나 US여자오픈 자리만 덩그러니 비어 있다. 청야니는 매일 그 빈자리를 채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지만 그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청야니는 “몇 차례 나쁜 샷을 하면 너무 많은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며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고 너무 큰 기대로 스스로에게 부담을 지운다”고 실토했다.
◆새로운 코치 만나 자신감 회복
청야니에겐 항상 최고의 코치들이 있었으나 누구도 슬럼프에서 건져주지 못했다. 원래 스윙 코치였던 개리 길크라이스트와 헤어지고 케빈 스멜츠 코치를 영입해 부활을 노렸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퍼팅의 대가로 통하는 데이브 스탁턴 코치의 도움도 허사였다.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 있는 ‘비전 54’의 멘탈 코치 피아 닐슨과 린 메리엇으로부터 라운드 도중 항상 웃고 좋은 것만 생각하도록 지도받았으나 그때뿐이었다.
280~290야드를 넘나드는 청야니의 장타는 가공할 정도다. 그러나 그는 드라이버 입스에도 걸렸다. 드라이버를 치면 페어웨이에 떨어지는 게 50%도 안 됐다. 청야니는 당시 “티잉그라운드에 섰을 때 여전히 볼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벗어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치는 해저드를 향해 티샷을 날리게 하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청야니는 지난겨울 스윙 코치, 멘탈 코치, 트레이너를 모두 바꿨다. 우즈의 코치로 유명한 부치 하먼의 아들 클라우드 하먼을 새 코치로 영입했다. 하먼은 “올해 청야니가 우승하지 못한다면 나는 쇼크를 받을 것”이라고 그의 재기를 확신했다. 스윙할 때 청야니의 머리가 좀 더 움직이도록 교정 중인 하먼은 “청야니가 너무 테크니컬한 스윙을 만들려고 애를 써왔다”며 “내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은 최고 수준의 선수는 가능한 한 스윙을 단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야니는 “새로운 팀과 호흡이 잘 맞는다”며 “현재의 자신감이 시즌 내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야니의 현재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85.4야드로 전체 1위다.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보다 10야드가 더 나간다. 청야니가 재기할 경우 ‘넘버 원’ 경쟁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겨난다.
한편 공동선두로 출발한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3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로 선두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공동 선두를 달렸다.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합계 6언더파로 신지은(23),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공동 4위에 올라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김효주(20·롯데)는 이날 2타를 잃고 합계 이븐파 공동 28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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