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탐지기 지날 때마다 '삑~' 제지 없어…민원인 '무사통과'

"출입 철저히 검사" 공문 보내도
3단계 보안중 1·2단계 '무용지물'


[ 강경민 기자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사건이 발생한 지난 5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청사 후문에 설치된 금속탐지기 입구로 공무원과 민원인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금속탐지기를 지날 때마다 금속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소리가 연이어 시끄럽게 울렸다. 하지만 이들을 제지하는 방호원들은 없었다.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피습을 당한 뒤 정부 주요 인사와 공공기관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국가 주요 업무시설인 정부청사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안은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청사에 들어가려면 3단계 보안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1단계에서 청사 외부 출입문을 지키는 의경에게 출입증을 보여줘야 한다. 두 번째로는 건물 내부에 있는 금속탐지기를 지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출입증을 갖다대면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스피드 게이트가 있다. 이곳을 통과해야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청사 내 사무실에 갈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청사 보안을 긴급 점검한 결과 1, 2단계의 보안은 거의 작옳舊?않았다. 청사 외부 출입문에선 출입증과 비슷한 색깔의 다른 카드를 보여줘도 통과가 가능했다. 2단계 금속탐지기는 설치만 돼 있을 뿐 소지품 등의 검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가방을 소유한 사람들만 검사대에 가방을 놓고 위험물건이 있는지 엑스레이로 지켜볼 뿐이었다.

각 지방자치단체 청사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서울시 신청사 1층엔 출입증을 갖다대야만 열리는 스피드 게이트가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출입증을 놓고 왔다고 하면 게이트를 지키는 의경들은 그대로 문을 통과시켜 주기 때문이다. 민원인들이 6층 서울시장 집무실까지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갈 수 있다. 각 사무실 출입구에도 출입증 카드 리더가 있지만 공무원들이 지나다녀 문이 열려 있을 때 통과하면 무사히 들어갈 수 있다.

정부청사관리소는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이 발생한 5일에서야 모든 부처에 외부인에 대한 출입 및 소지품 검사를 철저하게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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