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업계 봄바람] 포장이사 가격 5만~10만원 오르고 가구업체는 공장 풀가동

입력 2015-03-06 21:10  

올들어 주택거래 증가세…이사特需 이어져

대형마트·백화점, 냉장고·TV 매출 20% 이상 급증
'손 없는 날' 이사 빈자리 거의 없어…웃돈도 줘야



[ 이현진/민지혜/이현동 기자 ]

집을 새로 장만한 직장인 박모씨(45)는 오는 28일 이사를 앞두고 포장이사업체와 예약하면서 15만원의 웃돈을 더 주기로 했다. 토요일인 데다 이른바 ‘손 없는 날(악귀가 없는 날)’이라 예약이 밀렸기 때문이다. 포장이사업체 L사 관계자는 “이달의 손 없는 날인 9~10일, 19일, 28~29일은 예약이 마감 직전”이라며 “요즘 손 없는 날엔 기본 이사비용의 10~30% 정도를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 이사비용은 5t 트럭 기준으로 업체별로 65만~80만원 선이다. 또 다른 이사업체 관계자는 “2~3월은 성수기이기도 하지만 지난해보다 예약이 더 늘었다”며 “최근 기본 단가도 5만~10만원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주택 거래 증가와 함께 이사·가전·가구업계가 이사 특수를 누리고 있다. 주요 포장이사업체들은 손 없는 날 예약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으며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는 이사용품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가구 생산·매출 함께 늘어

국내 1위 가구기업인 한샘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근 3개월 동안 안산 공장에서 718억원어치를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생산액 640억원보다 12%가량 늘었다. 이 기간 한샘의 총 매출액도 3410억원으로 전년 동기(2013년 12월~2014년 2월)보다 25% 증가했다. 올해 1~2월에 건설회사 등과 특별판매 계약을 맺은 수주액도 490억원으로 작년 동기(300억원) 대비 증가율이 63%에 달했다. 김동성 한샘 홍보팀장은 “봄과 가을이 결혼, 이사철, 새학기 성수기로 꼽히는데 최근엔 겨울 비수기에도 새집을 장만하거나 이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산량과 매출액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리바트도 올해 1~2월 들어 용인과 안성 공장 가동률이 100%에 달했다. 에넥스는 지난해 1~2월 74.1%였던 공장 가동률이 97% 이상으로 뛰었다. 에넥스는 올 들어 2월까지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20% 이상, 현대리바트는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올해 1~2월엔 특히 신규 특판 거래 건수가 40% 이상 늘어났다”며 “특판 계약이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까지 보통 1~2년 걸리는데 지난해부터 부동산 거래가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매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전제품·도배용품 매출 ‘껑충’

2월 한 달간 가전 전문매장인 롯데하이마트에선 55인치 이상 대형TV와 냉장고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0%와 2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롯데마트에서는 ‘새집 증후군’ 해소 용도로 주로 사용되는 공기정화 식물 판매가 작년에 비해 13개 이상 급증했으며 방향제 매출 증가율도 103%에 달했다.

오픈마켓 옥션에서도 페인트·스프레이와 도배용품 판매가 각각 118%와 56%가량 늘었다. 11번가에선 지난달 이사 관련 용품 코너인 ‘시공 서비스’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110%가량 뛰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가전(5.7%), 가구(8.0%), 식기 및 홈데코 상품(27.9%) 판매가 고르게 증가했다.

◆“기존 주택 거래 늘어야 파급효과 커”

주택·건설산업이 관련 업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 중개 이사 등 서비스 업종뿐만 아니라 가구 가전 벽지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준다. 전문가들은 주택 중에서도 신규 분양보다 기존 주택 거래량이 늘어야 상승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미숙 삼성물산 분양소장은 “신규 분양은 입주 때까지 2년 이상 시간 차가 있지만 기존 주택 거래는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선용 대우건설 건축마케팅팀 과장은 “최근 주택 거래량 증가는 주택 매매 성수기라는 계절적 변수도 있는 만큼 추세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사 관련 업종의 최근 경기 회복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기존 주택 매매시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신규 분양과 함께 기존 주택 거래 증가를 이어가려면 국회에서 발목 잡힌 다양한 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며 “관건은 소비자들?소득 수준이 늘어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진/민지혜/이현동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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