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약세 힘입어
경기회복 기대 커져
독일 증시 사상 최고
[ 김순신 기자 ]
‘디플레이션’ 공포에 빠져 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가 오는 9일 시작됨에 따라 5일(현지시간) 유로화 가치가 유로당 1.098달러로 1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이로 인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유로존에 퍼지고 있다.
유로화 가치 하락의 가장 큰 수혜국은 유로존 최대 공업국인 독일이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지난해 5월보다 26%가량 떨어지면서 미국과 중국 등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날 독일 증시의 대표지수인 DAX30은 전날보다 0.95% 상승한 10,504.01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헬스케어용품 제조업체인 피아곤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영업본부를 신설했다.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티모 크루거 피아곤 회장은 “유로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전 세계에서 주문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에 대한 판매 증가로 올해 두 美뉼?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산업협회에 따르면 독일 제조업체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171억달러(약 18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7.2% 늘었다.
자동차 업체들도 유로화 약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 다임러의 지난해 미국 내 매출은 전년보다 45%나 증가했다. 볼프강 베른하르트 다임러 회장은 “수출 경쟁력 개선에 힘입어 올 상반기 큰 폭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독일 경제의 절반을 담당하는 중소기업 역시 사업 환경이 나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이탈리아에서 수백명의 노동자를 신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이탈리아 통계청은 경기 회복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나타내는 소비자 신뢰지수가 110.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2년 6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 경제가 위기의 모퉁이를 통과하고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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