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효 / 오상헌 기자 ]
“2조달러(약 2200조원) 이상 들어갈 통일비용을 감당하려면 지금 최대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72·사진)는 9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연 ‘201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이 아무리 통일 전략을 잘 짜더라도 북한과의 경제 격차를 줄이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은 홀로 짊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다지만 기초체력이 튼튼한 만큼 성장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재정 지출을 늘리는 등 투자 확대를 통한 수요 창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 전에 곳간을 풍성하게 채워 놓아야 통일 후에 큰 후유증 없이 버텨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통일 후 예상되는 남북한 임금 격차에 따른 혼란만 잘 관리하면 통일은 한국에 축복이 될 것”이라며 “인구 8000만명의 거대한 내수 시장이 생기는 만큼 ‘내수 부진’이란 말은 한국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의 산업구조 전환을 제시했다. 향후 한국이 주력으로 투자할 만한 분야로는 의료, 교육 등을 꼽았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임금 및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국내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인 기업만 선별해 법인세를 올리고, 투자나 고용을 늘린 기업은 깎아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시장의 불완전성을 연구하는 ‘정보경제학’의 기틀을 다진 공로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정영효/오상헌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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