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숨통'…렌트푸어는 '눈물'
아파트값 뛰고 금리 낮아져…집주인들 허리 펴
월세·전세대출 추가 부담…세입자들 소비 줄여
[ 이현일 기자 ] 직장인 김모씨(41)는 2010년 말 은행에서 2억원을 빌려 분양가 4억원짜리 김포한강신도시 전용 101㎡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 단지는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고 2012년 입주 시점까지 할인 판매가 이어졌다.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면서 매수 희망자가 없어 매월 80만원이 넘는 대출 이자에 시달려야 했다.
김씨는 최근 이른바 ‘하우스푸어’에서 벗어났다. 2년 전 1억5000만원이던 전셋값이 3억원으로 뛰어 전세 보증금으로 차입금의 상당 부분을 갚았다. 남은 차입금 금리도 연 3% 초반으로, 입주 시점인 3년 전보다 2.3%포인트나 낮아졌다.
최근 하우스푸어들의 급속한 감소는 집값 반등, 전셋값 급등, 담보대출 금리 하락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숨 돌린 ‘하우스푸어’
먼저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 하우스푸어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 연 5%에 달했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최저 연 2%대로 낮아졌다. 김포한강신도시의 김씨는 전셋값까지 뛰어 3년 전 월 80만원 선이던 대출 이자가 15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주택경기 회복에다 ‘새 아파트 신드롬’까지 겹치면서 김포한강신도시, 남양주 별내지구, 고양 삼송지구 등 장기간 침체에 빠졌던 신규 조성 신도시 내 집값과 전셋값도 크게 올랐다.
고양 삼송지구 호반베르디움22단지(전용 84㎡)는 작년 상반기만 해도 분양가보다 2000만~3000만원 낮은 가격에 간신히 거래됐는데 올 들어 분양가보다 최고 2000만원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삼송지구 H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두 배인 3억원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12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조사 때 9만8000여가구에 달했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00%가 넘는 ‘고(高)위험 하우스푸어’도 크게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종권 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년 전에 비해 집값이 올라 자산 규모가 커지고 이자 상환액은 낮아지면서 하우스푸어로 분류됐던 가구의 파산 위험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렌트푸어’
김씨의 대학 동창인 직장인 이모씨(42)는 2011년 초 경기 광교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을까 망설였지만 무리해서 집을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성남 분당신도시 서현역 인근 전용 84㎡ 아파트를 전세 보증금 3억원에 입주했다. 2013년 초 전세 보증금을 3000만원 올려주고 재계약했다.
2년이 다시 지난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1억5000만원을 올려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자 ?학교 때문에 이씨는 결국 올라간 보증금을 차입했다. 매달 50만원에 가까운 추가 이자 때문에 담배를 끊고 외식도 줄일 예정이다.
하우스푸어가 한숨을 돌린 사이 전·월세에 거주하는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 집계 결과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올 1월 기준)은 3억2135만원으로 2년 전(2억7156만원)에 비해 5000만원가량 올랐다. 상승률이 18%를 넘는다. 여기에 지난해 전체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43.5%까지 치솟았다.
반면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근로자 실질임금 상승률은 3년 만에 가장 낮은 1.3%로 집계됐다.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구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34만원으로 전년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임차 주거비 부담 때문에 저소득 가구의 소비가 감소하는데, 무리해서 집을 사는 사람까지 늘어난다면 내수 소비가 급속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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