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930점 이상. 대외활동 경력 필수. 대기업 면접 경험 있으신 분.”
취업준비생 양지현 씨(26)는 이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지원 업종에 대한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업 채용 담당자의 말이 아니다. 취업 스터디의 장(長)이 한 통지였다. 양씨는 “요즘은 취업 스터디에 들어가기가 너무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취업준비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취업 스터디의 문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기업 채용 공고가 올라올 즈음이면 인터넷 취업 커뮤니티에는 스터디 공고가 급증한다.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라온 스터디원 모집 글은 162개에 이른다. 새 학기를 시작한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대학생들이 취업 스터디를 하는 이유는 여럿이 함께 취업을 준비하면서 학습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조언을 통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렇다 보니 ‘좋은 스터디 찾기’ 경쟁이 치열하다.
가입 조건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스터디는 평범한 축에 속한다. 요즘은 높은 영어점수나 ‘인·적성 시험 통과 이상’ 등 취업 전형에 대한 경험을 요구한다. 특히 면접 경험을 중시한다.
많은 지원자를 거르려다 보니 전공 쿼터도 생겼다. 기업처럼 상경대를 우대하는 곳이 많다. ‘스터디원 네 명 모집에 경영대생 세 명, 인문대생 한 명’이라는 식이다. 대기업 마케팅 직군 취업을 준비한다는 한 스터디는 작년 하반기에 낸 모집공고에 ‘경영·경제학과가 아닌 사람은 지원해도 답을 주지 않겠다’는 공지를 했다.
어려운 가입 조건을 붙여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한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재보험회사 면접 스터디 충원 글에는 ‘해당 기업에 아는 재직자가 있는 사람만 지원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7개월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대학생 김승철 씨(27)는 “취업하기 위해 같이 공부하자는 것인데, 이제 취업 스터디에 가입하기 위한 스터디를 따로 만들어야겠다는 농담이 나올 지경”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취업컨설팅 회사인 이우곤HR연구소의 송영웅 대표는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이라며 “근본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마지혜/선한결/박상용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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