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률 영토 넓히는 지평…러시아 이어 독일 진출 '박차'

입력 2015-03-10 21:33   수정 2015-03-11 10:28

내달 모스크바 지사 개소
유럽·중동 등으로 확대 나서

"현지서 韓 로펌 수요 있어
우수 인력 배치로 차별화"



[ 양병훈 기자 ] 법무법인 지평이 ‘파죽지세’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다음달 러시아 모스크바 지역사무소를 개소하는 데 이어 유럽 중동 등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도 지평은 해외 지사 수에서 다른 로펌에 크게 앞서 있는데 이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것. 대부분 국내 로펌이 동남아시아에만 지사를 냈고 다른 지역으로 확대를 꺼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양영태 지평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는 “한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고 있으니 이들에 일감을 받는 국내 로펌도 해외에 나가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교두보로 중앙亞 진출”

지평은 다음달 모스크바에 이승민 러시아변호사를 파견 보내 지사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10일 발표했다. 지평은 2008년부터 본사에 러시아팀을 운영해 왔는데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며 이 같은 결정을 했다.

이 변호사는 “러시아 기업의 한국 투자가 최근 늘고 있는데 이 觀隙?유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에 지사를 설립하면 지평의 해외 지사는 모두 8곳이 된다. 국내 로펌 중에서 두 번째로 해외 지사가 많은 법무법인 율촌(4곳)의 두 배다.

모스크바 지사가 자리 잡으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도 주재원을 보낼 계획이다. 모스크바 지사는 이들을 총괄하는 거점 지사 역할을 하게 된다. 중동 지사 설립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2월 배지영 변호사(38기)를 영국계 로펌 ‘핀센트 메이슨’의 두바이 지사에 파견 보내 지사 설립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로펌이 ‘언감생심’처럼 여겼던 유럽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양 대표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현지 로펌에서 일하는 한국계 독일변호사 A씨가 사무소 설립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양 대표는 “독일 진출이 성공하면 동유럽 지역으로도 진출을 모색할 방침”이라며 “현대자동차가 진출한 체코, 산업은행이 진출한 헝가리, 기아자동차가 진출한 슬로바키아 중 한 곳이 동유럽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충분…“파트너도 수긍”

이뿐만이 아니다.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 소속 변호사를 유학 보내 진출 가능성을 타진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 대표는 “스페인어에 능한 변호사를 멕시코로 유학 보내려고 추진 중”이라며 “아프리카 지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력하기 때문에 이곳으로 갈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로펌이 동남아 이외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 자체가 법조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지평을 제외한 10대 로펌의 해외 지사 13곳 가운데 동남아가 아닌 곳은 법무법인 화우의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사무소 1곳뿐이다. 동남아 외 지역은 영미계 로펌과의 경쟁이 부담스럽거나 지리적·문화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진출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해외에서도 신뢰나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한국 로펌을 쓰고 싶어하는 한국 기업의 수요가 있다”며 “수익이 난다면 굳이 동남아에만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지사의 수익성과 관련해 양 대표는 “지사 설립 뒤 2년 내에 흑자 전환이 안 되면 철수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는데도 지사가 늘었다는 건 흑자가 난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로펌은 최상위권 변호사를 국내 근무만 시켜 해외 지사가 자리 잡지 못했다”며 “지평은 가장 우수한 인력을 해외 근무로 우선 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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