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신선식품, 이마트보다 싸게 팔겠다"

입력 2015-03-10 23:42  

채소·육류 등 500가지
가격 10~30% 상시할인
연간 이익 1000억 줄여

이마트 "품목 보고 대응"



[ 유승호 기자 ] 홈플러스가 채소 과일 육류 등 신선식품 500가지 가격을 10~30% 인하한다. 일시적인 할인 행사가 아니라 자체 이익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상시 저가(EDLP·everyday low price) 정책이다. 대형마트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신선식품을 싸게 판매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매출 부진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사진)은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2일부터 전국 140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 500가지 가격을 종전보다 10~30% 내리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인터넷쇼핑몰(www.homeplus.co.kr)에서도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도 사장은 가격 인하 방식에 대해 “납품가격을 깎는 것이 아니라 자체 마진을 연간 1000억원 줄여 소비자가격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 인하 대상 500가지에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포함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마트 등 경쟁사에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은 대부분 포함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홈플러스가 주요 신선식품 가격을 낮추기로 한 것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서다. 자체 분석 결과 홈플러스 점포 방문객의 64%가 신선식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식품 품질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식품 신선도와 유통기한 등을 관리하는 ‘신선 지킴이’ 500명을 채용해 품질이 좋지 않은 식품은 즉시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매출은 2011년 11조7000억원에서 2012년 11조6000억원, 2013년 11조5000억원, 2014년 11조40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지난해엔 경품 당첨자를 조작하고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불법으로 넘긴 사실이 적발돼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도 사장은 “일련의 사태로 걱정과 심려를 끼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보다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신선식품 가격 인하가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 전쟁’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홈플러스는 500가지 품목만큼은 이마트보다 항상 싼 가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어떤 품목을 얼마나 내리는지 확인한 뒤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소비자가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선식품은 기상 조건 등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하다는 점에서다.

홈플러스가 원가에 붙이는 마진을 줄이더라도 원가 자체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최종 판매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칫 홈플러스의 수익성에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도 사장은 모기업인 영국 테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홈플러스를 매각할 가능성에 대해선 “지난해 테스코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된 뒤 시장점유율이 회복되고 주가도 오르는 등 경영이 안정되고 있다”며 “매각은 주주의 권한이라 구체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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